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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가계와 가게의 분리…자영업자가 명심해야 할 것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73)

레스토랑은 깔끔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분위기에다 손님을 맞는 종업원의 태도도 밝고 정중하고 좋았습니다.[사진 pxhere]

레스토랑은 깔끔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분위기에다 손님을 맞는 종업원의 태도도 밝고 정중하고 좋았습니다.[사진 pxhere]

지인의 소개로 상담하러 방문한 레스토랑.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인테리어에 살짝 놀랐습니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깔끔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분위기에다 손님을 맞는 종업원의 태도도 밝고 정중하고 좋았습니다. 셰프이자 사장인 내담자와 인사하고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특별히 준비했다는 코스 요리는 보기에도 좋았고 맛도 아주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했는지, 준비한 음식을 설명하는 셰프의 표정·복장·태도·말투에서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멋진 장인의 모습이 좋았고, 식사하는 내내 대접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재정적인 문제가 심각하니 상담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으로 방문했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죠.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상담을 하기 위해 머니 프레임을 살펴봤습니다. 자영업이나 소규모 기업을 하는 사람 중, 돈을 잘 버는 사람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자신감이 있고 열정이 있습니다. 이 레스토랑 사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좋은 음식을 고객에게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 최고의 레스토랑을 만들겠다는 의지 등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경영했고, 큰 가게로 확장할 만큼 경험도 있었습니다. 돈을 버는 능력과 마인드는 충분한 사람이었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해 보니 매출이 적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돈 벌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쓰기, 나누기, 불리기는 완전 빵점이었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적지 않은데 언제, 어떤 고객이 매출을 많이 일으키는지 파악이 안 되어 있는 상태였고,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왜 손실이 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셰프가 없으면 운영하기 힘든 레스토랑이라 쉬는 날도 없이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따로 돈을 쓸 시간도 없고 낭비를 하지도 않았는데 돈은 늘 부족했고, 금융기관 대출로도 부족해서 사채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찾아온 고객이 다시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종업원이 말릴 만큼 서비스는 과하게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에게는 참 좋은 사장이었죠.

그리고 입출금 통장 외에는 전혀 다른 금융상품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은행 적금이나 펀드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그 흔한 실비보험도 없이 오로지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먹고, 음식 연구하고, 돈 생기면 재투자하는 스타일이었죠. 가게를 잘 운영하면 되지 따로 저축이나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장인 스타일, 사업가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매출이 줄고 고정비는 줄일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재무상태가 급격하게 악화했습니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돈에 대해 개념이 없는 상태였고, 잘 벌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갑자기 위기가 닥쳐온 것입니다. 결국 돈 문제로 자존심까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사채까지 쓰는 상황에서도 찾아온 고객이 다시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종업원이 말릴 만큼 서비스는 과하게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에게는 참 좋은 사장이었죠.[사진 pexels]

사채까지 쓰는 상황에서도 찾아온 고객이 다시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종업원이 말릴 만큼 서비스는 과하게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에게는 참 좋은 사장이었죠.[사진 pexels]

돈 들어오는 통장과 나가는 통장 따로

당장 시급한 문제인 부채 문제는 별도의 부채상담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저는 건강한 머니 프레임을 가질 수 있도록 코칭을 진행했습니다. 코칭을 진행하면서 세 가지 방법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첫째, 돈의 감각을 키우는 지출 기록입니다.
 아무리 잘 벌어도 신나게 써버리면 답이 없습니다. 레스토랑을 경영하면서 돈이 나가는 곳은 정말 많습니다. 다양한 공과금과 직원 인건비, 음식 재료 등 최고를 추구하면 할수록 고비용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어디를 어떻게 줄여야 할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먼저 지출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출을 기록하면서 돈이 들어오는 통장과 돈이 나가는 통장을 구분하기로 했습니다. 기록하다 보면 감각이 생깁니다. 감각이 생겨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둘째, 가계와 가게의 분리입니다. 자영업자가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사업과 가정입니다. 심하게 얘기해 사업이나 가게는 망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하면 되지만, 가정은 망하면 안 되고 다시 시작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가게에서 필요한 돈이나 가정에서 필요한 돈을 모두 그때그때 같은 통장에서 찾아 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데 이러면 서로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래서 가계와 가게의 통장을 분리하고 수입이 적든 많든 집에 쓸 돈은 매월 일정한 금액을 이체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그래야 가정에서 계획도 세우고 예산도 세울 수 있고 규모 있게 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셋째, 감사일기 쓰기입니다. 매일 밤 부부가 함께 감사 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운영하던 레스토랑이 힘들어지고 코로나 사태로 장기적인 전망이 어두운 데다 마음의 상처도 이래저래 많아진 상태에서 부부가 더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부부가 오늘 하루 감사했던 일을 함께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하루를 지내다 보면 진상 고객이 올 수도 있고 음식에 대한 반응이 기대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매일 매일 치열하게 일을 하지만 소득의 많은 부분을 대출 상환에 갚아야 하는 상황은 마음을 힘들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이 부부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함께 힘을 합쳐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감사하는 마음속에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입니다. 부부가 흔쾌히 감사 일기를 적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위기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무수히 겪게 될 수많은 위기와 역경도 우리의 잘못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힘든 시간이 지속되면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고 사랑하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곤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위기의 가정들이 많아진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가끔 듣고는 합니다. 이럴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습관이 감사일기입니다. 한번 실행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돈 벌기는 매우 중요하지만 머니 스토리의 전부가 아닙니다. 돈을 잘 벌고 지혜롭게 쓰고 효과적으로 불리고 의미 있게 나누는 균형 잡힌 모습이 행복한 머니 스토리를 만듭니다. 기대와 달리 쉽게 회복되지 않은 코로나 위기로 힘든 분이 많겠지만, 다시 한번 잘 정리를 해 보면 좋겠습니다. 위기가 회복되고 다시 돈을 잘 벌게 될 때 이 균형이 자산을 키워줄 것입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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