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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은퇴자가 100만원만 벌어도 좋지" 그런 생각 바꾸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71)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들어가면서 우리는 젊고 건강한 은퇴자들이 많은 사회에서 살게 되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지만 ‘갑자기 퇴직’했다고 얘기하는 그들의 삶은 무척이나 불안정하고 그들을 감당해야 하는 우리 사회도 엄청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다행히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은퇴를 준비하면서 버려야 할 돈에 대한 몇 가지 프레임이 있다.

30년 할 일을 찾아라

은퇴하고 치킨집을 차리기도 겁나고, 과거 했던 일에서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고, 경비 일도 힘들다는 데 쉽지도 않고….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일이 들어오기만 하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이 조금 있어 임대료를 받아 형편이 좀 낫기는 한데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 처하기 전에 은퇴 후 ‘돈을 버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은퇴하고 나면 그냥 한 달에 100만~200만원이라도 벌면 감사하지’라는 프레임을 벗어버려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을 때 우리는 ‘20~30년 정도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면서 일을 선택한다. 그리고 짧게는 20여년, 길게는 30여년 일을 하고 일차적인 퇴직을 경험한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의 스테이지에서 일을 고민한다.

당장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재미있는 것을 하면 몰입할 수 있고, 그것이 내가 평소 잘하던 것이었다면 나이가 들어도 경쟁력이 있다. 어쩌면 제2의 직업이 멋진 인생을 우리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당장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재미있는 것을 하면 몰입할 수 있고, 그것이 내가 평소 잘하던 것이었다면 나이가 들어도 경쟁력이 있다. 어쩌면 제2의 직업이 멋진 인생을 우리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그런데 ‘몇 년을 더 일해야 할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50대에 찾은 일은 20~30년을 더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러므로 미리미리 준비해서 20년 이상 할 일을 찾고 그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럴 때 생각해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나는 무슨 일을 할 때 행복한가?
둘째, 나는 무슨 일에 재능이 있는가?
셋째, 나는 어떤 일을 계속해 왔는가?

생계를 유지하고 자녀들 교육을 위해 직업을 선택할 때와 우선순위가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내가 잘하는 것, 나의 경력이 마지막이다. 이런 순서로 일을 찾아보자. 당장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재미있는 것을 하면 몰입할 수 있고, 그것이 내가 평소에 잘하던 것이었다면 나이가 들어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경력과 관련이 있다면 어쩌면 제2의 직업은 첫 번째 직업보다 훨씬 더 멋진 인생을 우리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이렇게 소비할 것인가?

은퇴가 곧 다가오고 있다면 돈을 쓸 때 이런 질문을 한번 해 보는 것이 좋다. 지금 현역에 있을 때처럼 소득이 없어도, 지금보다 수입이 줄어도 계속 쓸 돈인가 생각해 보고 지출하는 습관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갑자기 퇴직하고 나서 법인카드를 쓸 수 없고 용돈을 받아서 쓰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들을 가끔 본다. 훈련이 안 되어 있으면 서글프기만 한 현실이다. 너무 짠돌이처럼 굴 필요는 없지만, 퇴직이 코앞에 닥쳐오고 있다면 현실적인 소비 습관을 훈련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지금은 이렇게 써도 괜찮아’에서 ‘계속 이렇게 써도 될까?’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투자를 멈추지 말고, 필요하다면 투자를 시작하라

은퇴 설계를 할 때 자산운용의 기본 원칙은 ‘안정성’이다. 은퇴 이후에 투자에 실패하고 나면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통상 우리는 투자할 때 10년 이상이면 장기투자라고 말하고, 장기일수록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적절한 수익이 가능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50대에 퇴직하면 몇 년이나 돈을 운영해야 할까? 최소한 30년 이상 돈을 관리해야 한다. 자산운용 기간을 30년 이상이라고 했을 때는 당연히 적절한 투자 포트폴리오가 필수다. 젊었을 때부터 아주 오랫동안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활용해서 은퇴설계를 잘 해왔다면, 특별히 준비하지 않았지만 자산이 충분하다면 모르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모아놓은 돈으로 긴 노후를 버티기 힘들다. 무엇보다 금리가 너무 낮고 살아가야 할 시간은 너무 길다.

'돈 공부'를 시작하자. 주위에 있는 사람 중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배워보자. 경제 유튜브를 보는 것도 좋고, 괜찮은 컨설턴트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진 pixabay]

'돈 공부'를 시작하자. 주위에 있는 사람 중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배워보자. 경제 유튜브를 보는 것도 좋고, 괜찮은 컨설턴트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진 pixabay]

물론 모든 자산을 투자에 몰빵을 한다든지, 잘 모르는 영역에 투자하라는 말은 아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고 ‘나는 투자는 잘 몰라요’ ‘지금 투자를 시작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것 같아요’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녀들과 함께, 배우자와 함께 ‘돈 공부’를 시작해 보자. 주위에 있는 사람 중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투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배워보자. 유튜브를 찾아서 투자, 경제 관련 공부를 좀 하고, 괜찮은 컨설턴트를 찾아 상담도 받아보자.

1억을 은행에 넣어두면 안전할까? 10년 뒤에 1억 1000만원 정도 되면 안전한 것일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가장 위험한 것이 은행이 안정하다는 생각이 아닐까?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나눔이 가장 효과적인 투자다

돈, 시간, 에너지를 나누는 사람들과 나누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은퇴 이후 잘 살려면 같이 밥을 먹고 소주 한잔을 하고, 경조사 때 찾아가면서 관계를 맺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 두 가지 측면에서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나누는 노력은 보상을 한다.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역작 『행복의 조건』에서 노후에 행복한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 중 하나가 ‘친구’라고 한다. 함께 삶을 공유하고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것, 어려울 때 위로가 되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정신적인 건강과 육체적인 건강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면 나눔은 크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혼자 적응해서 살아가기 힘든 중년들에게는 소통과 네트워크는 큰 자산이 되는 경우가 많다. 괜찮은 비즈니스가 있을 때 서로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그를 선택해서 함께 비즈니스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할 수 있다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고 교제를 하는 것이 좋다. 정신적인 건강과 육체적인 건강에 재무적인 건강까지 더해질 수 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도 바뀐다.’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한 말이다. 이 말을 이렇게 조금 바꾸면 어떨까?

‘머니 프레임을 바꾸면 재무행동이 바뀌고, 재무행동이 바뀌면 재무상태가 바뀌고 재무상태가 바뀌면 운명도 바뀐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지고 있었던 돈에 대한 다양한 고정관념을 바꾸어 새로운 생각의 틀을 만들어보자. 100세 시대, 1차 퇴직을 앞두고 있다면 50년 가까운 인생이 남아있다.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료기술이 더 발달한다면 50년보다 더 긴 세월일 수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새로운 프레임으로 바라보자.

『100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교수의 멋진 삶이 남긴 한마디를 나누고 싶다.
“내가 만약 환갑 이후에 늙었다고 그때를 포기하고 놓쳤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할 때가 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바로 60부터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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