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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羅토우와 약해지는 현대‘男性’

중앙일보

입력

신라시대 유물 가운데 가장 많이 출토된 토우(土偶·흙으로 빚은 인형)가 ‘죽어서도 성적 쾌락을 즐기라는 염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학설이 나와 주목받았던 적이 있다.

왕릉은 물론 발굴 현장에서마다 무수히 쏟아져 나온 토우는 그동안 그 용도가 매우 궁금했다. 다양한 체위의 성행위 모습이나 거대한 심벌에 대한 묘사 등은 성에 대해 개방적이었던 신라인들의 정서를 보여준다.
손가락 크기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토우를 무덤에 부장(附葬)하며 망자에게도 인간의 가장 큰 쾌락인 성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은 현대적 관점에서 봐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남성의 심벌을 거대하게 강조한 데서 엿보이는 대물숭배 신앙과 더불어 토우에 나타나는 수많은 체위에서 성을 만끽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잘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1,000년 전에 성의 열락으로 기쁨에 넘친 신라 여성의 얼굴을 대하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이 있으니 다름 아닌 오늘날 우리의 성문화다.
IMF 이후 각방을 쓰는 부부가 30%를 넘었다는 설문 결과와 고개 숙인 남성들의 증가를 보면서 1,000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퇴보하는 남성 성기능의 원인은 무엇일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남성학 전문의인 필자는 여러 이유 중에서도 ‘조루’를 우선 꼽고 싶다.

80∼90%에 달하는 남성들이 겪는 조루는 여성을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는 수치심으로 성기능을 더욱 위축시키고 나아가 부부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조루는 과거 삽입후 사정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왕복운동의 횟수로 판단했으나 이제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성적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사정이 이루어질 때로 기준을 삼는다.

조루는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 유형이 있다. 지나친 긴장이나 장기간의 금욕으로 성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경우 나타나는 ‘가성 조루’와 성감이 너무 강해 과도한 흥분으로 일어나는 ‘심인성 조루’, 성기의 감각이나 사정신경이 민감하여 흥분과 관계없이 사정하는 ‘과민성 조루’, 그리고 절정에 이르기도 전에 사정관을 막아 주는 근육이 느슨해져 정액이 유출되는 ‘쇠약성 조루’, 왜소한 성기 등으로 인한 콤플렉스에서 빚어지는 조루 등이다.

조루의 가장 큰 원인은 성기의 감각이나 사정신경을 좌우하는 ‘귀두’의 예민함에 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듯 미세한 귀두의 남다른 예민함이 조루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귀두의 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것이 조루 방지의 근원적 해결책이다. 이에 따라 콘돔을 두겹으로 사용하거나 술의 힘을 빌리거나, 성관계를 갖기 전에 자위행위를 하기도 한다. 또한 이른바 ‘칙칙이’라고 하는 마취 연고제 등을 사용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사정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치료방법으로 행동요법(감각훈련법이나 성기압박법)이 있으나 치료 기간이 길고 본인의 노력과 의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발달한 현대의학은 귀두의 예민한 감각을 둔화시키기 위해 음경의 감각신경 일부를 차단하는 음경배부신경차단술로 근원적인 치료를 한다. 이 시술법은 간편하고 항구적일 뿐 아니라 왜소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경우 확대수술까지 병행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그러므로 조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남성들은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있는 남성이 되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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