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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의료시대 현장을 가다] 심장재활 프로그램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7월 심근경색 쇼크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응급실에 실려왔던 정모(49.성동구 자양2동)씨. 좁아진 혈관에 철망처럼 생긴 스텐트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20일 후에야 의식을 회복해 퇴원했다.

문제는 협심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운동은커녕 직장을 다시 다니는 것조차 기피하게 된 것. 이 때 의사가 권한 것이 심장 재활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의사의 지시하에 8주간에 걸친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한 결과 지금은 힘든 등산을 할 정도로 사회복귀에 성공했다.

◇ 누구에게 시행하나=심장재활 프로그램 적용 대상자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으로 한번쯤 죽을 고비를 넘겼던 환자들이다.

특히 막힌 혈관을 제거하고 다른 혈관으로 대체했거나 풍선으로 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받은 사람도 대상이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홍경표 교수는 "심장병으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됐던 환자들은 재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고, 이러한 정서적 불안정이 운동부족으로 연결돼 심장병 재발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고 말했다.

따라서 심장재활프로그램의 목적은 환자에게 운동능력을 회복시켜 사회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심장재활은 미국의 경우 전문의료기관과 사회체육센터가 연계돼 지속적인 관리를 할 만큼 보편화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5년 삼성서울병원이 처음 도입한 이후 서울중앙병원과 상계백병원에서 운영할 정도로 이제 보급단계다.

◇ 어떻게 하나=프로그램은 크게 3~4단계로 진행된다. 병상에서의 1단계 프로그램이 끝나면 2단계 재활교육이 시작되는데 대표적인 항목이 운동요법과 위험인자 교정, 그리고 행동수정이다.

운동요법은 운동부하검사를 통해 심전도와 혈압을 체크해가며 운동 최대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그리고 위험인자 교정은 흡연.운동부족.당뇨.콜레스테롤이라는 4대 위험인자를 개선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예컨대 금연을 촉구하고, 식사요법으로 콜레스테롤을 줄이게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행동수정 대상자는 A형 성격의 소유자들로 완벽을 추구하고 승부욕이 강하며, 급한 성격을 가진 환자들이다.

이들에겐 내기골프나 고스톱과 같은 경쟁을 피하게 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느긋하게 기다리는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주는 보호자가 있다면 이들에 대한 교육도 필수다.

상계백병원 김철 교수는 "운동요법은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목적으로 이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성생활.직업활동.레크리에이션과 같은 여가활용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한계를 익힐 수 있다" 고 말했다.

◇ 비보험이 대중화 걸림돌=심장재활 프로그램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훌륭한 예방의학이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삼성서울병원 심혈관센터 김선미 간호사(재활전문)는 "심장병이 발생하면 1천만원의 치료비가 드는 현실에서도 실제 재활프로그램 수혜자는 1%에 그쳐 사회적 손실이 막대하다" 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전문간호사.영양사.운동처방사가 심장재활팀을 구성, 지금까지 5년간 재활을 시킨 환자는 3백여명이 고작이다.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보험적용이 안되기 때문이다. 검사비를 제외하고 50만~60만원의 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환자들이 병원을 다니며 장기간 운동과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거리의 제약을 받는 점도 대중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

김 간호사는 "프로그램 운영 병원이 서울에 몰려있어 지방환자의 경우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전화상담에 만족하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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