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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도 당황한 ‘추미애 퇴짜’···긴박했던 추·윤 10일의 전말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중앙포토]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중앙포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독립수사본부안’을 거부하면서 대검찰청과 법무부 모두 당혹감에 휩싸였다. 양측 간부들이 긴밀하게 조율한 끝에 나온 ‘건의안’을 추 장관이 뒤집으면서 10여일 안팎에 걸친 논의가 삽시간에 물거품이 된 탓이다. 결국 대검찰청이 추 장관의 지휘권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히면서 파국을 피했지만, 추 장관의 승인 없이 이처럼 주요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의심도 나온다.

➀尹도 몰랐던 ‘깜짝’ 지휘권 발동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임검사를 먼저 제안한 쪽은 법무부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추 장관도 승인했으나,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등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이견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인선을 쟁점으로 2~3일간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지금까지는 지켜보았는데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면, 저도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한지 하루만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임현동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지금까지는 지켜보았는데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면, 저도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한지 하루만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임현동 기자

그러자 추 장관은 돌연 지난 1일 국회에서 “수사팀을 교체하면 사건이 매장 될 우려가 크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하루 뒤 추 장관은 전문수사자문단 회부를 취소하고, 총장은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2일)을 발동했다.

전혀 윤 총장과의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한다. 법무부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지만, 추 장관의 의지가 확고했다는 것이다.

➁‘특임 안돼’ 쐐기 박은 秋

윤 총장은 사태 초기부터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수사지휘권 발동 이튿날 지난 3일 대검이 주재한 전국 고검장회의에 참석해 “부작위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고 한다.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부작위)’는 것은 ‘장관의 지휘권 발동 시점에 총장 의사와 관계없이 총장의 지휘권은 상실됐다(장관 지휘권을 수용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립적인 특임검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되레 고검장과 검사장들 사이에서 모아졌다. ‘총장은 손 떼라’는 지휘를 받아들이게 되면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마저도 추 장관 선에서 가로막혔다.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추 장관이 “명분과 필요성이 없고 장관 지시에 반한다”고 미리 못박았기 때문이다.

➂100분 만에 어그러진 ‘물밑협의’

윤 총장이 건의한 ‘독립수사본부안’은 일종의 최종 ‘합의안’이었다고 한다. 법무부는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주말에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고검장급 검찰 간부 등과 긴밀하게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극한대립만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직접 고위 검찰 간부에게 지난 8일 오후 ‘건의’ 형태로 ‘독립수사본부안’을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현재 수사팀을 포함하고, 윤 총장 보다 기수가 높은 김영대 서울고검장에게 수사본부를 맡기는 것 내용 역시 이때 조율됐다고 한다.

그러나 산사로 휴가를 떠났던 추 장관은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즉각 합의안을 뒤엎었다. 이에 대검과 법무부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관 승인을 목적으로 고위 간부들이 며칠 간 조율한 ‘건의안’이 불과 100분 만에 거부당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 ‘독립수사본부’도 안되나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채널A기자의 협박성 취재 의혹’을 MBC에 제보한 ‘제보자X’ 지모씨 쪽 수사를 막으려는 여권의 입김이 막판 타협을 가로막은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수사본부’가 꾸려지면 현재의 수사팀을 포함하더라도 2팀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팀이 꾸려지는데, 그 경우 최강욱 열린민주당 당대표와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 친여권 인사 등의 고발된 사건 수사도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강욱 대표 페이스북 캡처]

[최강욱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와 함께 외부로 공개되지 않은 법무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작성된 입장문 가안이 최 대표와 이른바 ‘조국 백서’ 저자 등 친여권 외부 인사들의 SNS에 잇따라 게재되면서 추 장관의 결정을 둘러싼 의구심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이날 “주초부터 어제까지 논의했고, 법무부에서 요청한 세부사항도 (대검이) 모두 수용했는데 법무장관이 거부한 것”이라며 “과장급 사이에서 논의가 오간 것도 아닌데 황당하다”고 밝혔다.

김수민·박사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br〉긴박했던 20여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br〉긴박했던 20여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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