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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3’ 라포엠 “한 사람씩 보여주는 기승전결 전략 통해”

중앙일보

입력

‘팬텀싱어3’에서 우승을 차지한 라포엠. 왼쪽부터 정민성, 박기훈, 최성훈, 유채훈. 장진영 기자

‘팬텀싱어3’에서 우승을 차지한 라포엠. 왼쪽부터 정민성, 박기훈, 최성훈, 유채훈. 장진영 기자

“보헤미안처럼 자유롭게 한 편의 시 같은 음악을 선보이겠다.”
크로스오버 4중창단을 만드는 JTBC ‘팬텀싱어3’에서 우승을 차지한 3대 팬텀싱어 ‘라포엠’이 밝힌 포부다. 프랑스어 ‘자유로움(La bohême)’과 영어 ‘시(Poem)’를 합쳐 팀 명을 붙인 이들은 남다른 호소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테너 유채훈(32)과 박기훈(26), 카운터테너 최성훈(31), 바리톤 정민성(29) 등 모두 성악을 전공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장르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시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탈리아 오페라 ‘라 보엠’부터 영국 록밴드 퀸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까지 각자 좋아하는 작품도 작명에 영향을 미쳤다.

카운터테너 포함된 성악 어벤져스로 #결승 1라운드 3위서 최종 1위 역전승 #“오페라 ‘라 보엠’의 서정적 매력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정 담을 것”

6일 서울 서소문에서 만난 이들은 “우승은 예상하진 못했지만 필승의 전략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기훈은 “결승전이 1~2 라운드 총 4곡이니 기승전결에 맞춰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기(起)에 해당하는 첫 곡은 성악인의 파워를 보여주고 싶어 안드레아 보첼리 원곡 ‘넬레 뚜에 마니(Nelle tue mani)’를 선택했어요. 다음은 감성적인 자우림의 ‘샤이닝’을 승(承)에 배치하고. 전(轉)이 가장 중요한데 극적인 요소가 강한 라라 파비앙의 ‘마드모아젤 하이드(Mademoiselle Hyde)’로 휘몰아친 거죠. 결(結)은 마지막이니까 베트 미들러의 ‘더 로즈(The Rose)’에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첫 곡이 어렵다는 건 알았지만 막상 1라운드에서 3위를 하고 나니 더 전의가 불타오르더라고요.”

“결승 1라운드 3위…전의 불타올라”

’우리는 라포엠입니다“라는 인삿말에 맞춰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장진영 기자

’우리는 라포엠입니다“라는 인삿말에 맞춰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장진영 기자

이탈리아 성악가 보첼리의 곡을 제외하면 각각 한국ㆍ캐나다ㆍ미국 여가수의 곡을 선택한 것도 눈에 띈다. 유채훈은 “카운터테너가 있는 중창단은 우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라며 “혼성 중창의 느낌을 내는 동시에 한 장의 미니앨범을 듣는 것처럼 구성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운터테너 특성상 다른 소리와 잘 섞이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이 많았던 최성훈은 “본선 4라운드에서 ‘레퀴엠’을 할 때 채훈이형이 용기를 불어 넣어준 덕분에 편하게 마음껏 소리를 낼 수 있었고 그 후로 부담감도 사라졌다”고 밝혔다.

테너 3명의 고음을 혼자 받아내야 하는 고충은 없었냐는 말에 정민성은 “카운터테너가 있어서 보통 바리톤 음역보다 조금 더 올라가 있긴 한데 베이스가 있었다면 오히려 그 중간을 잡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손사래 쳤다. 연세대 성악과 출신으로 독일 유학까지 포기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배워서 후회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 성악과 졸업 후 예술 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유학을 고려했던 박기훈 역시 “함께 노래하는 기쁨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성악 전공 한계? 록부터 트로트 가능”

유채훈은 ’‘팬텀싱어3’ 나오기 전까지 2년이 가장 힘들었다. 음악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때 이 친구들을 만나서 다행“이라며 ’다른 분들도 고민하지 말고 나오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유채훈은 ’‘팬텀싱어3’ 나오기 전까지 2년이 가장 힘들었다. 음악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때 이 친구들을 만나서 다행“이라며 ’다른 분들도 고민하지 말고 나오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배려의 리더십으로 화제를 모은 유채훈은 “중창이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보다는 팀의 하모니를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양대 성악과 졸업 후 팝페라 그룹 에클레시아와 어썸 등으로 활동했던 경험에서 나온 교훈이다. “한 명이 잘하는 걸 계속 보여주는 것보다 골고루 잘하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다같이 섰을 때 더 빛이 나니까요.” Mnet ‘트로트 X’(2014)에도 출연했던 그는 “성악 전공자만 모여 다양함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며 “제가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면 되고 다들 다른 창법에 열려 있어서 금방금방 익혔다”고 덧붙였다.

최성훈은 ’서로 너무 잘 맞다 보니 한번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이야기를 멈출 줄 모른다“며 ’누가 무슨 노래를 이야기해도 좋다고 하니까 선곡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최성훈은 ’서로 너무 잘 맞다 보니 한번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이야기를 멈출 줄 모른다“며 ’누가 무슨 노래를 이야기해도 좋다고 하니까 선곡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한예종 졸업 후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유학을 마친 뒤 현지에서 오페라 배우로 활동한 최성훈은 연기 지도를 담당했다. 다양한 무대 경험을 토대로 표현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운 것. 유채훈은 “‘마드모아젤 하이드’는 동선과 안무 중심으로 계산해서 움직였다면, ‘샤이닝’은 눈을 감았다 뜨는 타이밍까지 맞추려고 노력했다”며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는 심사평을 듣고 성공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최성훈은 “해외에서 활동하다 보면 곁에 친구들이 있어도 외로운 느낌이 드는데 평생 갈 수 있는 음악적 동료를 만난 것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곡 가장 어려워 ‘선곡싱어’라 불러”

박기훈은 ’처음에는 같은 테너여서 저음 파트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채훈이형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 빠져 들었고 함께 호흡을 맞춰 가면서 서로 원픽이 됐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박기훈은 ’처음에는 같은 테너여서 저음 파트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채훈이형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 빠져 들었고 함께 호흡을 맞춰 가면서 서로 원픽이 됐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결승전 당시 “여기 있는 모두가 팬텀싱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유채훈은 “프로그램 내내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쩌다 보니 제가 지목권이 없이 항상 뽑혀 나가는 입장이었어요. 그래서 한 번도 같은 팀은 못했지만 고영열을 볼 때마다 참 영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국악은 물론 쿠바ㆍ그리스ㆍ이스라엘 음악까지 나왔으니 시즌 4를 한다면 다들 공부를 많이 하고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선곡에 어려움을 많이 겪다보니 저희끼리는 ‘선곡싱어’라고 불렀거든요. 어썸으로 같이 활동했던 길병민과도 같은 팀을 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죠.”

정민성은 ’첫 미션 당시 ‘유성매직’이라고 이름까지 지어서 유채훈 형에게 구애했는데 차였다“며 ’결국 함께 팀을 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정민성은 ’첫 미션 당시 ‘유성매직’이라고 이름까지 지어서 유채훈 형에게 구애했는데 차였다“며 ’결국 함께 팀을 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앞으로 라포엠이 보여줄 음악은 어떤 모습일까. 유채훈은 “성악의 뿌리를 잃지 않되 대중적인 팀으로 성장하고 싶다”며 “마이크 없이 노래하는 클래식 홀부터 1만~2만석 되는 대형 공연장까지 다양한 무대에 서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박기훈은 “‘로커 채훈’ 등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민성은 “음악뿐 아니라 ‘뭉쳐야 찬다’(JTBC)처럼 축구도 할 수 있다”며 예능 출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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