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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최숙현 사건 ‘경주경찰서 축소수사 의혹’ 확인 나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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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연합뉴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의 가혹 행위 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수사관이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사건을 축소했다는 주장 등에 대한 사실 확인에 나섰다.

최 선수 동료들, 국회 기자회견서 축소수사 등 주장 #경북경찰청, 축소의혹은 부인…"사실관계 확인 중" #경북도는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 특별감사 들어가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7일 “대구지검 경주지청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경주경찰서가 최 선수 수사 당시 부적절한 언행을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당시 담당 수사관을 징계하기 위해 감찰조사를 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지만, 경찰은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하고 있으며 징계를 염두에 둔 감찰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일 최 선수 동료들이 국회에서 경찰의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당시 최 선수 동료들은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 담당 수사관이 일부 진술을 삭제했다”며 “벌금 20만∼30만원에 그칠 것이고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이 나온 직후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애초 고소가 검찰에 접수됐는데 고소 내용을 경찰이 이첩받아 검찰 지휘사건으로 수사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고소 내용을 수사하던 중 일부 내용이 고소 취하되면서 진술 기록도 변경된 것이지 일부러 진술을 삭제하거나 왜곡한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경주경찰서 사건 담당 수사관도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일단 최 선수 동료들이 제기한 의혹은 부인하면서도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조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만약 부적절한 발언 등이 사실로 확인되거나 수사를 축소한 정황이 발견되면 감찰 단계로 전환해 징계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경상북도 역시 최 선수 사망과 관련해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를 특별감사한다. 7일 경북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협조 요청에 따라 감사실 직원 등으로 특별감사팀을 꾸려 최 선수가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제보를 경주시가 제대로 처리했는지 집중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인권침해 등 비위를 확인하면 엄중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최 선수의 부친은 지난 2월 6일 경주시를 찾아가 최 선수가 훈련 중에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가해자 징계를 요청했다. 최 선수는 2017년과 2019년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올해 부산시체육회로 팀을 옮겼다.

 최 선수 측은 지난 3월 5일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검찰은 같은 달 9일 경주경찰서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주경찰서는 수사를 거쳐 5월 29일 사건에 연루된 4명을 아동학대·강요·사기·폭행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대구지검으로 이첩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지검은 7일 기존 수사팀을 확대 개편, 양선순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을 팀장으로 하고 아동학대 전담 검사 4명, 수사과 전문 수사관 5명 등 14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편성했다.

 이와 별개로 경북경찰청은 광역수사대에 2개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최 선수 외에 추가 피해자가 더 있는지 수사 중이다. 최 선수 외에도 팀 내에 15명 안팎이 감독이나 팀닥터·선배 등에게 폭언·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선수들은 폭행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모 감독은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 나와 “폭행과 폭언 사실이 없느냐”는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의 물음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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