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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새 외교안보 라인, 남북 교착 타개할 대안 마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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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외교안보 라인을 전격 교체했다.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바꿨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꽉 막힌 남북관계 개선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군사행동 일보 직전까지 갔던 긴장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가 인적 쇄신을 통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북 비핵화, 미·중 신냉전 갈등 등 첩첩산중 #튼튼한 한·미 동맹 속 새 외교안보 전략 필요

문 대통령 임기 후반의 역점 사안 가운데 하나가 남북관계 개선이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여러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고, 남북관계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북한은 모든 책임을 문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 지금껏 보아 왔듯이 북한 핵 해소와 남북관계 개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면 체제 안전을 위협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협상을 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구나 북한은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유엔 제재를 받아 경제난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북한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 평양에서도 식량과 생필품 확보가 어렵다고 한다.

이제 새 외교안보 라인은 북한의 근본적인 고민과 우리의 안보를 동시에 해결하는 새로운 전략을 내놔야 한다. 북한에 대한 감성적인 접근보다는 현실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한·미 동맹의 근간을 더욱 튼튼하게 유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서훈 안보실장 내정자는 오랫동안 북한 문제를 다뤄 왔고, 직접 접촉해 왔다.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도 김대중 정부 때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 접촉해 온 경험이 있다.

박 내정자는 2003년 리비아 비핵화 과정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역할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당시 CIA는 미국과 리비아 사이의 불신 해소에 기여하면서 리비아 비핵화에 성공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유엔의 대북제재 틀 안에서 유의미한 남북 협력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 내정자가 불법 대북 송금에 연루된 전력이 있고, 새 외교안보 라인에 미국통이 없다는 우려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보다. 북한은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확보하고 있고, 언제든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새 외교안보 라인은 우리의 안보를 지키면서도 북핵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할 안보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미·중 갈등도 신냉전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한 발짝 헛디디면 낭떠러지로 몰릴 수도 있다. 새 외교안보 라인이 중지를 모아 남은 임기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구도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