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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권력 실세 개입 의심되는 옵티머스 펀드 사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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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5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로 번지는 옵티머스 펀드 사건에 권력 실세들 이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직 검찰총장과 전직 부총리가 이 펀드 운용사에서 고문 역할을 했다는 게 알려져 세간의 눈길을 끈 데 이어 전직 청와대 고위 인사도 거론된다. 해외로 도피한 이 펀드 운용사 설립자 이혁진씨와 이 고위 인사는 대학 동문이며, 과거에 한 재단에서 함께 일했다. 검찰은 어제 펀드 운용사 현 대표와 이사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이사의 부인은 지난달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설립자 도주와 금융당국 조사 석연치 않아 #검찰이 권력층 비호 여부 철저히 수사해야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설립자이자 전 대표였던 이씨는 2018년 초 총 5개 사건(서울중앙지검 1건, 수원지검 4건)에 연루돼 있었다. 횡령 2건, 상해·성범죄·조세포탈 각 1건의 피의자였다. 그런데 그해 3월 출국해 종적을 감췄다. 출국금지 조치가 돼 있지 않아 해외 도피가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수사기관이 횡령이나 조세포탈 사건에서는 피의자의 도주 우려 때문에 수사 초기 우선 출국을 막는다는 점에 비춰 보면 석연치 않은 일이다.

조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금융감독원은 이씨가 회사 자금 약 70억원을 빼돌렸다는 것을 확인해 그 내용을 검찰에 알렸다. 펀드 운용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에 자료를 넘기는 것 이상의 조치를 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은 없다. 이 역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옵티머스 펀드 사건은 사기에 가깝다. 운용사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공기관의 채권에 투자한다고 밝혀놓고 대부 업체와 부실한 회사 등에 투자했다. 장부상 보유하고 있어야 할 5000억원대 자산 중 절반가량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판매사(금융회사)가 손실의 일부를 보전한다 해도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이 서둘러 이씨의 출국을 막고 적극적으로 수사를 벌였거나 금융감독원이 펀드 운용사의 내부 상황을 면밀히 조사했다면 이처럼 큰 금융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씨는 2012년 총선 때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해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는 금융정책특보로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에서 일했다. 지금의 여권 실세 중 상당수와 인연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펀드 운용사 설립과 비정상적 경영, 이씨의 해외 도피,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등에 권력층의 비호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옵티머스 펀드의 주변부까지 철저히 수사해 흑과 백을 가려내야 한다.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라임 펀드 사건에도 권력자들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수사 내용은 오리무중이다. 검찰이 대형 사건의 블랙홀이 되는 것은 검찰에도 비극이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