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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지킴이' 활동 계속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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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민속학이나 미술 모두 책상에서만 나오는 학문이 아니다. 그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라면 자기 분야와 관련된 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운동에 무관심해서는 안된다."

6일 취임한 김홍남(55) 신임 국립민속박물관장은 관장으로서 민속학 콘텐츠를 구축하는데 전력을 다하는 한편 그동안 해온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북촌문화포럼 등 '문화유산 지킴이' 활동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임기 1년의 관장직에 취임한 金관장은 박물관학을 대학 정규 과목으로 만든 인물. 서울대 미학과를 나와 미국 예일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6년 동안 이화여대 박물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굵직한 목소리에 시원시원한 일처리 때문인지 '여장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이에 걸맞게 창덕궁 담길 복원 등 현안을 안고 있는 북촌지역 보존, 내셔널트러스트운동 등 문화유산 보존 운동도 힘있게 추진해왔다.

金관장은 "민속 박물관 일과 문화운동이 맞닿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문화유산 파괴의 주범은 정부와 정책이었다. 문화관광부 일원으로서 그 속에서 내가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초 국립중앙박물관장 후보로도 이름이 올랐던 金관장은 "나는 외부에서 영입된 별정직 관장이라 오히려 발언이 자유롭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길도 댐 건설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발언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전임 이종철 관장이 추진해온 민속박물관의 용산 이전 문제와 관련, 부지를 확보하고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金관장 내정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민속학회와 비교민속학회.한국역사민속학회 등은 5일 '국립 민속박물관장 인사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성명을 내고 "동양미술사학자인 金교수는 유물중심의 박물관 운영경험은 있지만, 민속과 관련된 연구나 사업을 해본 경험은 전혀 없는 분"이라며 "金교수를 내정한 것은 민속의 전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처사"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金관장은 "그 분들과도 순차적으로 대화해 이해를 구할 것"이라며 "그러나 박물관 발전을 위해서는 박물관 운영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박물관을 운영하며 해온 전시도 '한국 미의 탐구' 등 민속을 포함한 한국 문화의 전반을 다룬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金관장은 "지역 문화유산을 잇는 연계망을 구축하고 민속 콘텐츠를 보강하는 일을 박물관장 재직 동안 이뤄낼 것"이라고 새 일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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