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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으로 인정받으려면

중앙일보

입력

한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의심되는 질병에 걸렸을 때,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치료를 받고 이후에 똑같은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질병을 직업병으로 인정받아야만 한다.
직업병으로 인정받으려면 산업재해보상(이하 산재보상)의 절차처럼 우선 다니던 회사에서 본인이 이 회사에서 작업했음을 증명하는 날인을 받고, 의사의 소견을 작성한 요양신청서를 작성하여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에 제출하면 직업병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보통인데 첫 과정은 회사의 확인 문제이다. 사고성재해로 산재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부딪치는 문제이상으로 회사에서는 자신의 작업장에서 직업병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생길 시끄러움을 막기 위해 되도록 날인을 해주려 하지 않는다. 또한 공단은 이를 이유로 접수를 거부하기도 하고, 때로는 모든 서류가 갖추어졌고 직업병이 분명한 데도 판정을 내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회사와 공단에서 겪는 어려움이야 말로 산재보상시 많이 접하기도 하고 들어본 이야기인데,, 산재인정시 직업병은 다른 사고성재해와 달리 또다른 힘든 부분이 있는데 이는 바로 의사가 작성하는 진단서 문제이다. 예를 들어, 석면을 취급하는 한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가슴이 몹시 아파서 병원에 가서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하자. 우리는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 중에서 석면이라는 물질이 이 사람의 질병의 원인이라고 명확히 밝혀내기는 쉽지 않으며, 직업병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의사들은 이 경우에 폐암을 직업과 관련하여 원인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 많은 노동자들이 직업병을 진단받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따라서 이러한 직업병 인정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병이 직업과 관련되어 발생되었을 것이라고 밝힐 수 있는 근거들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업환경과 취급물질, 공정 등을 증상과 관련하여 건강진단과정에서 의사에게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일반질병으로 취급되기 쉬운 경우 이를 직업과 관련되어 조사하고, 진단해야 할 필요성을 의사에게 제기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다른 동료들이 비슷한 질병을 겪고 있다면 그 내용과 작업경력 등을 조사하고 작업환경측정 결과 기준치 이상으로 나온 경우가 있는지, 자신의 과거 건강진단결과에서 이상이 발견된 경우가 있는지 그 결과를 살펴보는 것도 직업병으로 인정받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결국 직업병 인정은 노동자 자신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지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실제로 많은 경우 노동자들의 개인적, 집단적 문제제기에 의해 직업병이 인정되어 왔고, 인정범위가 확대되기도 하였다.

그러면 업무상재해 및 업무상질병을 모두 포함한 산재를 당하면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1)사고가 나면 즉시 회사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노동자가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허리를 삐긋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파스를 부치거나, 자비로 병원치료를 받다가 한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고 계속 아프면 그 때서야 회사에 말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회사관리자가 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산재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회사측과 마찰이 일어나는 일이 많다. 사고가 나면 즉시 정확하게 회사에 사고 경위를 알리고, 대처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좋다.

(2)근거를 확보한다.
요통과 경견완장애 같은 업무상 질병은 특히 근거자료가 중요하다. 처음에는 뻐근하던 정도의 허리 통증이나 어깨결림이 디스크나 만성질환으로 진행되는 일이 많다. 그 때가서 진단서를 받아 회사에 내면 개인질병이라거나, 증거가 부족하다며 산재가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반드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 기록을 남겨두어야 한다. 고질병의 경우 질병 발생의 원인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쓰이기 때문이다. 진단서를 받으면 한 부를 복사하여 보관한다.

(3)목격자를 반드시 확보한다.
옆에 동료가 있었다면 문제가 없지만, 인적이 없는 곳에서 일을 하다가 다친 경우 목격자가 없어서 보상에 어려움을 겪는 때가 종종 있다. 소리를 질러서 동료를 부르거나, 움직일 수 없으면 반장 등에게 바로 경위를 알려야 한다. 허리를 약간 삐었거나 다쳤을 때, 또는 몸에 이상이 조금이라도 느껴질 때 반드시 동료들에게 아프다는 얘기를 하여 목격자와 증인을 확보해야 한다.

(4)사고의 원인을 확인한다.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 민사소송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기계 고장, 안전장치 미작동, 무거운 물건의 취급, 안전교육 미실시 등 사고의 원인을 확인해 둔다.

(5)산재요양신청서는 노동자가 직접 작성하고, 회사가 작성하는 경우 반드시 확인한 뒤 도장을 찍는다.
재해발생 보고서나 요양신청서를 회사가 작성하는 경우 노동자의 부주의나 과실로 사고가 난 것처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민사소송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요양신청서는 가능하면 재해 노동자가 직접 작성하는 것이 좋다.

위와같이 직업병으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준비사항도 많지만, 충분한 근거자료를 준비하여 다음과 같은 법적 절차에 들어간다.

@산재발생 ⇒ 요양신청서 작성 ⇒ 요양 승인 ⇒ 요양
(공단에서 신청서 배부) 휴업급여 신청
사업주의 서명날인(거부시 진정서 첨부)
의사의 소견서

@요양 중 병원을 옮기려 할 때 전원신청서 제출 ⇒ 근로복지공단 확인서 ⇒ 전원요양

@요양불승인시 가) ⇒ 심사청구서 제출 ⇒ 재심사청구서 제출 ⇒ 행정소송
(가,나 중 선택) 기각시 기각시
나) ⇒ 곧바로 행정소송

*요양신청서 작성은
3부를 작성한다. 신청인란, 재해원인과 발생상황, 날짜와 성명을 적고 도장을 찍는다. 회사에서는 "위에 기재한 사실이 틀림없음을 확인합니다"라는 사업주의 성명을 적고 확인 직인을 찍는다. 뒷면 소견서는 담당의사가 쓰게 되어 있으므로 의사에게 요청한다. 신청서는 사업장 소재지에 따른 공단 지사에 가면 무료로 준다. 재해원인이나 발생상황을 회사에서 사실과 다르게 쓰는 수가 있으므로 노동자가 꼭 확인을 해야 한다. 발생일이나 경위를 잘못 적어서 산재요양시 피해를 보는 일이 많다. 이렇게 작성하여 원본 1부는 근로복지공단 지사에 낸다. 나머지 1부는 병원, 1부는 회사에서 보관한다. 이때 1부를 복사하여 본인이 보관하는 것이 좋다.
공단에 제출하면 정해진 처리기간이 7일이다. 그러나 공단이 처리하는데 늑장을 부리기도 하므로 늦어지면 전화를 하거나 방문을 해야 한다. 업무상재해로 인정되면 본인과 병원에 '요양을 승인합니다'라는 답을 보낸다. 인정하지 않으면 '요양을 불승인합니다.'라는 답을 보낸다. 이 때 공단은 '불승인하기로 한 이유'란에 불승인 사유를 적는데 이 사유를 잘 살펴보고,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심사청구를 준비해야 한다.

*휴업급여 신청은
요양신청이 승인되면 휴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한다. 3부를 작성하여 1부를 공단에 낸다(신청 2회부터는 회사확인을 생략해도 된다). 이 때 흔히 뒷면의 평균임금 산정내역을 회사가 작성하는데, 이 내역이 바르게 적혀 있는지를 확인해야 휴업급여가 적게 나오는 불이익을 막을 수 있다. 공단은 7일 이내에 휴업급여 지급결정을 통보해야 한다.

*전원신청은
본인이 원하는 병원으로 옮길 수 있다.
한 병원에서만 계속 치료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전원이라 한다. 중환자가 종합병원에서 치료받다가 호전된 이후에 작은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 거주지 근처로 옮기는 경우, 작은 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 양방병원에서 한방병원으로 옮기는 경우 등이 있다.
전원방법은 일정기간 치료를 받은 피해 노동자가 위와 같은 이유로 전원하려면 우선 적당한 의료기관을 사전에 알아보고, 전원하기 전 병원에서 전원신청서를 받아 공단에 낸 다음 병원을 옮겨서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다.

*심사청구서는
요양급여, 장애급여, 유족급여 등 산재보상과 관련하여 공단의 결정이 부당할 때, 결과를 안 날로부터 90일 안에 공단에 낸다. 심사청구에 필요한 서류는 심사청구서와 이의 제기하는 이유와 내용을 자세히 적은 '청구의 취지와 이유서'이다. 본래의 처분을 번복하는 것으므로 논리와 근거자료를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심사청구서는 공단에서 무료로 준다. 서류를 공단지사에 2부를 내면, 지사에서 공단본부에 1부를 5일 이내에 보낸다. 공단본부는 50일 이내에 결정을 통보해 준다.

*재심사청구는
심사청구가 기각되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데, 이를 재심사청구라고 한다. 재심사청구서를 작성하고 심사청구때와 마찬가지로 '청구의 취지와 이유'를 별첨해 공단지사에 내면 지사는 노동부 산재보상심사위원회에 이유서를 보낸다. 재심사청구는 공단에서 무료로 준다. 재심사청구도 심사결정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90일 안에 해야 하며, 산재보상심사위원회는 이를 5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행정소송은
근로복지공단이 피해 노동자나 유족에 대하여 산재불승인이나 산재보상금 부지급 결정을 하는 경우 90일 이내에 곧바로 행정법원에 소송을 하거나, 공단과 노동부의 심사, 재심사 청구를 거친 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행정소송이 2심제가 아니라 3심제가 되어 공단지사를 관할하는 지방행정법원(또는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행정소송을 제기-고등법원-대법원으로 진행된다. 본인이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소송비용은 공단이나 산재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것이므로 비재산권에 대한 소가를 적용하여 인지대 5만원, 송달료 45,200원이 필요하다. 행정법원은 주로 집중심리로 이루어지므로 사전에 소장과 입증자료를 구체적이고 충분하게 제출하는 것이 좋으며, 추가로 증거서류나 준비서면을 제출하거나 증인을 신청하여 충분한 심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재해자가 직접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으므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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