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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시’를 줄여 쓰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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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을 들어 왔다. 그만큼 예의(禮儀)가 바르다는 뜻이다. 예의는 태도는 물론 언어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우리말은 존댓말이 발달해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상대에게 존대를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그중에 하나가 ‘시’를 붙이는 것이다.

‘시’는 “사장님이 오셨다” “부장님은 키가 크시다” 등처럼 쓰인다. 그런데 요즘 이 ‘시’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유튜브 등 SNS상에서 이러한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전원을 켜시고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신 다음 저장 버튼을 누르시면 편리하게 사용하실 수 있으십니다”와 같은 경우다. 동작 또는 상태를 나타내는 모든 낱말에 ‘시’를 붙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를 꼬박꼬박 붙이면 말하는 사람도 발음하기 몹시 힘들고 듣는 사람도 거북하게 느껴진다. 이는 언어의 경제성에도 위배된다. 이 문장에서는 ‘시’가 하나도 없어도 된다. “전원을 켜고 원하는 항목을 선택한 다음 저장 버튼을 누르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처럼 ‘있습니다’ 표현 하나로도 충분하다. 특히 불특정 다수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에 존칭을 과하게 사용할 필요가 더욱 없다.

그렇다면 “바쁘신 분임에도 불구하시고 대외 활동도 많이 하시고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계십니다”는 표현은 어떨까? 이 역시 ‘시’가 과도하게 사용된 것이다. “바쁜 분임에도 불구하고 대외 활동도 많이 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하고 계십니다”고 해도 충분하다. ‘시’를 과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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