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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푹 고은(?) 삼계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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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어느덧 6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듯하다. 벌써 낮 기온이 30도를 넘기 일쑤다. 이렇게 더울 때 예부터 많이 먹던 음식이 있다. 바로 삼계탕과 같은 보양식이다. 보양식은 여름철 입맛을 잃고 기운이 없을 때 허해진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먹던 음식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배어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도 점심시간이면 “푹 고은 삼계탕으로 몸보신하러 갈까” 하고 분위기를 잡는 이가 있다. 이처럼 고기 등을 흠씬 삶았다는 것을 나타낼 때 “푹 고은…”이라고 말하곤 한다. ‘고은’은 “가마솥에 푹 고은 사골육수”와 같이 종종 널리 쓰이는 표현이다. 그럼 이 ‘고은’이 맞는 말일까?

고기나 뼈 등을 무르거나 진액이 빠지도록 끓는 물에 푹 삶는다는 뜻을 지닌 단어의 기본형은 ‘고다’이다. ‘고다’를 활용하면 ‘고니, 고면, 곤’ 등이 된다. 이를 ‘고으니, 고으면, 고은’과 같이 사용하기 십상이다. 이처럼 ‘고으니, 고으면, 고은’이 되려면 기본형이 ‘고다’가 아닌 ‘고으다’가 돼야 한다. 하지만 ‘고으다’는 ‘고다’의 옛말로, 지금은 표준어가 아니다.

‘푹 곤 삼계탕’보다 ‘푹 고은 삼계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고은’이 발음하기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곤’보다 리듬감이 더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고은’이 아니라 ‘곤’이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3시간은 끓여야 푹 고을 수  있다”에서 ‘고을’은 어떻게 될까? 이 역시 ‘고을’이 아니라 ‘골’이라고 해야 한다. 따라서 “3시간은 끓여야 푹 골 수 있다”고 해야 바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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