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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침몰 유조선 '오염경보'

중앙일보

입력

10여년전 포항 앞바다에 침몰된 유조선이 기름 유출로 바다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유조선은 1988년 2월 포항 호미곶 등대박물관 동쪽 5.6㎞ 바다 밑 93m에 침몰된 9백95t급 유조선 경신호.

이같은 사실은 해양수산부 의뢰로 한국해양연구소가 지난해부터 전국 연안에 침몰한 1백t 이상 선박 1백40척에 대한 '오염위험도' 를 조사한 결과 13일 밝혀졌다.

조사결과 경신호는 1백점 만점에 65.5점을 얻어 위험도가 1백40척 중 가장 높았다.

경신호 다음으로 사고위험이 높은 선박은 95년 7월 부산 다대포 앞 목도 북동방 3.0㎞ 해상에서 벙커C유 40t을 싣고 침몰한 화학물질 운반선 제13삼부호(6백68t)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경신호는 침몰 직후 폐쇄한 26개 유출공의 밀봉부위가 이탈됐고 선체부식이 12년이 지나면서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선체가 바다 밑에 완전히 묻히지 않고 전체 갑판의 3분의 1 정도가 해저면에서 드러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경신호에 적재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름량. 침몰 당시 2천5백65㎘의 벙커C유를 싣고 있었던 경신호에는 침몰직후 3~4개월동안 유출된 기름량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양의 기름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아 있는 기름이 한꺼번에 유출될 경우 침몰 당시 경주~포항~영덕 해안 42㎞를 오염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58개 어촌계의 어장 약 2천㏊에 대규모 해양오염이 우려된다.

해양연구소 최혁진(崔赫鎭.39) 연구원은 "경신호의 선체부식이 진행되면서 정확한 양을 알 수 없으나 적재된 기름유출 가능성이 상당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고 확인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경신호에 대해 인양계획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 3억원을 들여 위험성이 높은 제13삼부호와 경신호중 하나를 정밀조사한다는 계획만 세우고 있을 뿐이다.

정밀조사는 선체의 해저면 접촉.손상.부식상태, 갑판의 파이프 부식여부와 유출공 폐쇄상태, 남아 있는 기름의 유출 가능성과 선체주위 장애물 및 해역특성 등에 대해 이뤄진다.

해양수산부 방재과 이용(李龍.43) 사무관은 "내년도 5~10월 사이 심해작업용 무인로봇을 투입, 15~20일간 정밀조사할 계획" 이라며 "조사 뒤 인양 등 대책을 마련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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