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명 발열체크, 원격수업 밤샘 준비…선생님들 지쳐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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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작업만으로도 힘든데 날 새서 원격수업 영상까지 만드니 너무 벅찹니다."
지난 20일 광주광역시 33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갑작스럽게 원격수업에 들어갔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의 하소연이다.

확진자 발생으로 광주 39개 교 긴급 원격수업 #"하루 전 결정에 선생님들 날새서 수업준비" #등교 전부터 하교 뒤까지 방역작업에 지쳐

"긴급 상황인 줄 알지만…" 지쳐가는 선생님들

지난 22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원격수업 전환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2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원격수업 전환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교육청은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광주 33번째 확진자 경로 주변 39개 초·중·고교에서 지난 22일과 23일 이틀간 온라인 원격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원격 수업 하루 전인 지난 21일 코로나19 대응 방침을 결정하고 각급 학교에 통보했다.

 광주지역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 A씨는 "우리 학교 모든 선생님이 날을 새다시피 해서 하루 전날 급하게 원격수업 영상을 만들었다"며 "긴급한 상황인 것은 알지만, 갑자기 결정된 이틀간 원격 수업 방침에 학교 선생님들은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온라인 원격 수업은 과제형·실시간 소통형·녹화형 등 어려가지 형태로 가능하지만, 선생님마다 30~40분의 수업 영상을 만들려면 자료 조사와 영상장비 준비 등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청 방침이 휴일인 지난 21일 결정돼 원격 수업 준비는 더욱 어려웠다.

방역 업무까지 늘어난 학교 현장

 지난달 20일 고등학교 3학년 등교를 시작으로 8일까지 초·중·고교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뒤 교사 업무는 더 늘었다. A씨는 "학생이 등교하기 30분 전에는 선생님들이 발열 체크 준비를 마쳐야 하므로 출근 시간이 더 빨라졌다"며 "교실에 들어선 뒤에도 또 체온을 재야하고 1개 반 30여 명 모든 학생의 건강상태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22일 온라인 원격수업이 진행 중인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2일 온라인 원격수업이 진행 중인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선생님들은 점심시간에도 맘 편히 쉬지 못한다.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거리를 두며 식사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고 학교에 따라서는 선생님이 학생을 직접 인솔해 식사하는 곳도 있다.

 학생들이 하교한 뒤에도 선생님들은 교실이나 학교 주변 방역작업에 투입돼 업무량이 더 늘었다. 고3 교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입시 대책도 세워야 해 업무 부담감은 더 커지고 있다.

학교에서 막아도 학원 몰리는 학생들

광주지역 또 다른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아무리 거리 두기를 강조해도 학생들이 학원 가서 방역수칙을 지켜줄지 걱정"이라며 "'00학교' 전문 이름을 내건 학원들도 등장한 상황이다"고 했다.

지난 22일 온라인 원격수업이 진행 중인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 문에 자물쇠가 잠겨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2일 온라인 원격수업이 진행 중인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 문에 자물쇠가 잠겨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3월 2일 예정이었던 개학이 2~3개월 미뤄지면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 탓에 성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일부 학원은 특정 학교 수업 전문이란 간판을 내걸고 학생들을 모집하는 상황이다.

 교사 A씨는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부터 하교한 뒤까지 교사들이 나서서 방역 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마스크 한장 별도 지원이 없다"며 "학교현장 상황을 고민하고 학원 등에서도 통할 수 있는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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