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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민주당 “20대 왜 분노했나 살펴 대책 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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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대들의 분노가 있다고 하는데 절차에 대한 문제인지, 공정에 대한 문제인지, 사실관계 오해에 대한 문제인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으니 대책을 세우라.”

평창 남북단일팀, 조국사태 이어 #20대, 문 정부 공정 훼손에 분노 #“노력 배신당해, 공부하면 호구냐”

25일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정책조정회의에서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한 주문이라고 한다. 또 “당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할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제대로 알리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실제 당이 아닌 의원들이 목소리를 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고민정 의원은 “청년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며 “오늘도 일터에서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장그래와 구의역 김군에게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일자리 정상화’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인천공항 정규직화 논란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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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복잡미묘한 여권 움직임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정규직화 논란 때문이다. 그리고 핵심엔 ‘20대의 분노’가 자리해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진화에 나서고 청와대가 해명해도 20대의 반감은 여전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공정’ 이슈와 충돌하는 모양새다. “노조가 시위하면서 떼쓴다고 정규직 시켜주면,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입사하려고 수년간 준비하면서 스펙 쌓은 청년은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니냐”는 게 분노의 근원이다.

특히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1902명의 보안검색 요원 중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선언한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전체의 약 40%)에겐 채용 심사 ‘프리패스’를 주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선 “대통령 찬스를 써야 정규직도 된다”는 비아냥이 적지 않다.

20대 반발은 여권으로선 여러 차례 마주한 당혹감이다. “여권 지지율의 아킬레스건이 20대”란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대표적인 예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었다.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 남북 단일팀이 성사되면서 일부 한국 선수의 출전 기회가 박탈되자 “국가의 대의에 개인이 희생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국갤럽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75%였던 20대의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주 만에 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조국 사태’ 때도 양상은 비슷해 한국갤럽의 20대 지지율만 보면 한 달 사이 30%포인트(68%→38%) 빠졌다.

이번에도 온라인상에는 “이 나라는 노력을 배신하는 나라” “이제부터 공부해서 정규직 되는 사람만 호구 되는 사회”라는 반응이 넘쳐나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란 선의로 추진했겠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의 박탈감은 포착해내진 못한 듯싶다”며 “특히 공정과 정의에 예민한 20대의 정서를 건드렸기에 그 파장은 예상보다 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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