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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이재명 배달앱도 다른 해법…서울시 ‘2%’ 앱 효과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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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로배달 유니온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로배달 유니온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가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제로페이)을 활용해 중개수수료를 2% 이하로 낮춘 배달앱 모델을 선보인다. 서울시가 주체가 돼 앱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배달앱과 협약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제로페이와 배달앱 결합 모델 선보여 #참여 배달앱, 마케팅 비용 줄여 낮은 수수료 책정 #이재명 ‘공공배달앱’과 취지 비슷, 운영방식 달라 #전문가 “사실상 시장 개입, 재정 부담 생길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내 배달 플랫폼 업체 10곳과 제로페이를 기반으로 한 ‘제로배달 유니온’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10개 업체는 엔에이치엔페이코(앱 이름: 페이코), 리치빔(멸치배달), 만나플래닛(만나플래닛), 먹깨비(먹깨비), 스폰지(배달독립0815), 위주(놀장), 질경이(로마켓), 특별한우리동네(주피드), 허니비즈(띵동), KIS정보(스마트오더2.0)다.

 서울시는 제로배달 유니온 참여 업체에 제로페이를 결제수단으로 제공한다. 기존에는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 이를 위해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달 플랫폼 업체가 지자체에 등록하면 지역화폐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화폐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 하반기 중 결제 시스템이 갖춰질 예정이다.

 또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점 25만 개에 제로배달 유니언 업체를 홍보해 이들이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게 돕는다. 박 시장은 “회원 120만 명, 가맹점 25만 개의 제로페이를 활용함으로써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큰 비용 없이 소비자와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 마케팅, 가맹점 확보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소상공인에게 받는 중개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배달앱의 중개수수료는 최대 2%다. 결제수수료는 별도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중소 배달앱들이 먼저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하며 시에 협력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업체들은 낮은 수수료율을 항구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한 시민이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 하고 있다. 뉴시스

한 시민이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 하고 있다. 뉴시스

 박 시장은 “일부 업체가 배달시장을 과점하면서 높은 배달 중개수수료로 고통받는 소상공인과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배달 플랫폼 업체를 동시에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제로배달 유니온의 목표는 배달 중개수수료를 낮춰 소상공인과 상생하고 낮은 수수료 배달시장을 여는 것이다. 서울시는 유니온 참여 업체가 늘어나 낮은 중개수수료 시장이 형성되면 장기적으로 배달의민족 등 대형 배달앱 역시 가맹점에 부과하는 부담을 줄일 거라 기대했다.

 이어 박 시장은 새로 배달앱을 만들거나 공공재원으로 수수료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공배달앱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공공배달앱은 서비스 주체가 지자체 혹은 지자체 대행기관이며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공공예산이 투입된다. 전북 군산시 등이 자체 공공배달앱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지난 4월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부과방식 변경과 관련해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를 억제하고 합리적 경쟁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며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박 시장 주도의 제로배달 유니온이 이 지사와의 경쟁구도 속에 탄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도 산하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는 지난달 26일 ‘공공배달앱 구축사업(가칭)’ 컨소시엄 사업자 모집을 공고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24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공배달앱은 공무원이 만든 앱이 아니다. 경기도가 가진 지역화폐망에 씌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민간에 투자해 이 기반 위에 공공배달앱을 만들도록 할 수 있다”며 “이용자에게 8% 할인해주고 앱에서 자동결제 되게 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박 시장과 비교되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불편하다. 제가 모셔야 할 분이고 인생 선배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그분 정책을 베껴서 한 것도 많고 따라 하는 것도 많은데 ‘이재명은 눈에 띄고 내가 하는 건 눈에 안 띄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일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일보

 서울시의 제로배달 유니온은 소상공인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 면에서 경기도와 같지만, 운영 방식은 다르다. 서울시는 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민간업체끼리 경쟁하게 하는 방식이라며 다른 지자체와의 차별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수료율이 낮아질 수는 있겠지만,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에서 깊이 개입한 사실상 제로페이의 프로모션으로 보인다”며 “이것을 소비자가 쓰게 하려면 할인 등이 필요한데 결국 재정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소 배달앱의 신규 진입 틈을 만들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서울시가 모든 것을 제로페이와 연계하는 제로페이의 늪에 빠진 듯하다”며 “소비자가 선택해야 소상공인도 들어올 텐데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지 관건은 좋은 취지가 아닌 편리함과 혜택”이라고 말했다.

최은경·최모란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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