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새 백혈병 치료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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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노바르티스제약회사가 개발한 경구용 정제형태의 실험용 백혈병 치료제 STI-571(상품명:글리벡) 이 지난 2년여동안의 임상실험 결과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의료계와 환자들로 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상실험을 주관했던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의 하고프 칸타르지안 박사는 이 신약이 백혈병 치료에 "커다란 돌파구"를 열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미국혈액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임상실험 결과에 따르면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제1기 환자 53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실험에서는 환자의 90%가 복용 6개월만에 증세가 현저히 호전되었다.

제2기 CML환자 25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90%가 반응을 나타냈고 63%는 증세가 크게 호전되었다.

초기단계의 임상실험 결과가 이처럼 성공적으로 나타나자 노바르티스사(社) 는 세계적으로 3천명의 환자들에게 임상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의과대학 다나-파버 암연구소 원장 에드워드 벤즈 박사는 환자들이 이 신약을 구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밝히고 "기적의 약"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상세포는 건드리지않고 암세포만을 공략하기 때문에 장차의 암 연구에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ML은 비정상적인 염색체에서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단백질때문에 백혈구 수가 무한증식하면서 다른 장기들의 기능을 손상시키는 치명적인 혈액암이다. 신약 글리벡은 이 비정상 단백질이 방출하는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백혈구의 증식을 효과적으로 막는 작용을 한다.

현재 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골수이식뿐이다. 그러나 골수이식 성공률은 55-65%에 불과하고 환자사망률도 40%까지 이르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다른 치료제들은 환자의 건강상태를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지 백혈구 수를 감소시키지는 못한다.

CML 치료에 쓰이고 있는 인터페론은 환자의 생존기간을 약2년정도 연장시키지만 부작용이 있어 환자의 20%는 중도에서 사용을 중지해야 하는 형편이다.

글리벡은 이제 실험한지가 2년밖에 되지않기 때문에 환자의 생명을 얼마나 연장시킬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부작용이 거의 없어 부작용때문에 복용을 중단한 환자는 2%에 불과하다.

글리벡은 내년 6월쯤 출시될 예정이지만 장기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실험은 계속된다. 그 이전에 이 약을 구하려는 환자는 임상실험에 참가하는 길 밖엔 없다.

원래 이 약을 연구해 낸 미국 오리건보건대학의 브라이언 드러커 박사는 제1기 환자는 임상실험 대기자명단에 올릴 수 있고 암이 진전된 단계에 있는 환자는 임상실험 대상자로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 날을 불과 몇개월 남기고 있던 1999년 12월 임상실험에 참가한 말기 CML환자 캐롤 스터키 여인(50) 은 가끔 다리가 저리고 눈이 붓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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