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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 이상 이뤘다" 영화 '배트맨' 2대 감독 조엘 슈마허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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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탈리아 로마영화제 참석 당시 조엘 슈마허 감독 모습. [EPA=연합뉴스]

2011년 이탈리아 로마영화제 참석 당시 조엘 슈마허 감독 모습. [EPA=연합뉴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혼자 남겨진 뒤, 영화를 보며 자랐고 그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내가 꿈꾼 것보다 더 큰 꿈을 이뤘다.”(2017년 외신 인터뷰)

1년 여 암투병 끝 80세 일기로 숨져 #'폴링다운' 한인묘사로 논란 부르기도 #매튜 맥커니히 등 신예스타 발굴 유명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2대 감독을 지낸 할리우드 감독 조엘 슈마허가 2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1세. 그의 대리인에 따르면 슈마허는 지난 1년여 간 암 투병을 해왔다고 한다.

그에 앞서 팀 버튼 감독이 마이클 키튼을 주연으로 연출한 ‘배트맨’ 시리즈가 기상천외한 잔혹 판타지에 가까웠다면 슈마허 감독은 의상감독 출신답게 화려하고 볼거리 많은 오락영화로 탈바꿈시켰다. 각각 발 킬머와 조지 클루니를 브루스 웨인으로 내세웠던 ‘배트맨 포에버’(1995)와 ‘배트맨 앤 로빈’(1997)은 호화 캐스팅과 대규모 제작비에 바탕한 통쾌한 액션 히어로 무비로 자리매김했다. 호불호가 엇갈렸지만 이후 영웅의 정체성을 묻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됐다.

'배트맨 포에버'(1985) 시사회 당시 발 킬머(오른쪽), 크리스 오도넬(왼쪽) 등 주연배우들과 포즈를 취한 조엘 슈마허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배트맨 포에버'(1985) 시사회 당시 발 킬머(오른쪽), 크리스 오도넬(왼쪽) 등 주연배우들과 포즈를 취한 조엘 슈마허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엄마가 작아졌어요’(1981)로 연출 데뷔한 고인은 ‘세인트 엘모의 열정’(1985)과 흡혈귀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로스트 보이즈’(1987)를 통해 개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마이클 더글러스가 주연을 맡아 어느 날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당한 중년 백인남자의 극단적인 분노를 그린 ‘폴링 다운’(1993)은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 속 한인 수퍼마켓 주인 묘사가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 국내에선 상영 불발 3년 만인 1997년 가까스로 개봉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뮤지컬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손잡고 ‘오페라의 유령’(2004)을 스크린에 옮기는 등 활발한 행보를 펼쳤다. ‘유혹의 선’ ‘타임 투 킬’ 등 여러 작품에서 키퍼 서덜랜드, 매튜 맥커너히, 콜린 파렐, 로브 로우 등 신예스타들을 발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타계 소식에 ‘오페라의 유령’ 여주인공인 크리스틴을 연기했던 배우 에미 로섬은 “그는 하나의 힘이자, 특별함이었고, 창의적이었으며, 강렬하고, 열정적이었다. 내 삶의 큰 부분에 기여한 사람”이라고 트위터에 쓰는 등 각계 애도가 이어졌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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