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혼자 남겨진 뒤, 영화를 보며 자랐고 그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내가 꿈꾼 것보다 더 큰 꿈을 이뤘다.”(2017년 외신 인터뷰)
1년 여 암투병 끝 80세 일기로 숨져 #'폴링다운' 한인묘사로 논란 부르기도 #매튜 맥커니히 등 신예스타 발굴 유명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2대 감독을 지낸 할리우드 감독 조엘 슈마허가 2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1세. 그의 대리인에 따르면 슈마허는 지난 1년여 간 암 투병을 해왔다고 한다.
그에 앞서 팀 버튼 감독이 마이클 키튼을 주연으로 연출한 ‘배트맨’ 시리즈가 기상천외한 잔혹 판타지에 가까웠다면 슈마허 감독은 의상감독 출신답게 화려하고 볼거리 많은 오락영화로 탈바꿈시켰다. 각각 발 킬머와 조지 클루니를 브루스 웨인으로 내세웠던 ‘배트맨 포에버’(1995)와 ‘배트맨 앤 로빈’(1997)은 호화 캐스팅과 대규모 제작비에 바탕한 통쾌한 액션 히어로 무비로 자리매김했다. 호불호가 엇갈렸지만 이후 영웅의 정체성을 묻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됐다.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엄마가 작아졌어요’(1981)로 연출 데뷔한 고인은 ‘세인트 엘모의 열정’(1985)과 흡혈귀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로스트 보이즈’(1987)를 통해 개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마이클 더글러스가 주연을 맡아 어느 날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당한 중년 백인남자의 극단적인 분노를 그린 ‘폴링 다운’(1993)은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 속 한인 수퍼마켓 주인 묘사가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 국내에선 상영 불발 3년 만인 1997년 가까스로 개봉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뮤지컬 작곡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손잡고 ‘오페라의 유령’(2004)을 스크린에 옮기는 등 활발한 행보를 펼쳤다. ‘유혹의 선’ ‘타임 투 킬’ 등 여러 작품에서 키퍼 서덜랜드, 매튜 맥커너히, 콜린 파렐, 로브 로우 등 신예스타들을 발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타계 소식에 ‘오페라의 유령’ 여주인공인 크리스틴을 연기했던 배우 에미 로섬은 “그는 하나의 힘이자, 특별함이었고, 창의적이었으며, 강렬하고, 열정적이었다. 내 삶의 큰 부분에 기여한 사람”이라고 트위터에 쓰는 등 각계 애도가 이어졌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