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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앱 주문대로 배달갔다 체포" 美서도 논란된 기사 눈물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로 음식 배달 앱 이용이 급증한 가운데, 업무상 위험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논란도 일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의 우버 이츠.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음식 배달 앱 이용이 급증한 가운데, 업무상 위험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논란도 일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의 우버 이츠.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앱에 나온 장소대로 배달 갔다,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 '캐비어' 배달기사)
‘앱에 나온 시간대로 배달 갔다, 사고 날 뻔했다’ (한국 '쿠팡 이츠' 배달기사)

모바일 배달 앱의 주문대로 일하다가 위법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됐다면, 누구 책임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한 음식 배달 등 플랫폼 노동이 만난 질문이다.

무슨 일이야

모바일 앱으로 들어온 음식 배달 요청을 수행하는 기사들이 범법자가 될 위험을 호소하고 있다. 앱의 지시대로 일했을 뿐인데 교통신호 위반, 통행금지 위반, 불법 주차 등을 하게 됐다는 것.

· 미국 뉴욕에서 밤에 음식 배달하던 기사가 경찰에 체포되는 영상이 트위터 등 SNS에 확산돼 논란이 됐다(워싱턴포스트 보도). 뉴욕 주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되자 지난 1일부터 야간 통행을 금지했다. 식음료업 등의 ‘필수 업무’는 허용된다. ‘음식 배달’이 여기 속하는지 불명확했지만, 우버이츠·도어대시·캐비어 같은 업체는 야간 배달 주문을 받았다. 현장에서 경찰을 설득하는 건 배달 기사의 몫이었다. 영상 속 기사는 “이건 필수업무에 속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수갑을 채웠다.
·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의 쿠팡 본사 앞에서 배달 종사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쿠팡이츠가 앱으로 제시한 배달 완료 시간이 너무 짧아, 라이더가 그 시간 내에 도착하려면 교통 신호를 위반하게 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쿠팡이츠는 쿠팡이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음식 배달 서비스로, 타사보다 빠른 ‘치타 배달’을 내세웠다.

이게 왜 중요해

회사와 ‘고용 계약’이 아닌 용역ㆍ위탁 계약을 맺고 일하는 플랫폼 종사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플랫폼으로부터 배달, 청소, 심부름, 보육 등의 일감을 중개 받는다. 그런데 업무에 따른 각종 위험 비용을 ‘개인사업자’ 신분의 종사자가 온전히 떠안는다는 지적이 있다.
· 보통의 근로자는 회사의 지시·감독에 따라 일하던 중 발생한 일에 대해 회사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 종사자는 업무 수행 중 일어난 일의 책임을 자신이 지는 식으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미국에서는 배달 앱 도어대시 기사가 미성년자에게 술을 배달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나왔다. 주문자가 미성년자라는 점을 기사는 알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배달 기사들은 앱의 지시를 따랐다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일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16일 배달 기사노조 라이더유니온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의 과도한 배달 시간 제한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6일 배달 기사노조 라이더유니온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의 과도한 배달 시간 제한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연합뉴스

나랑 무슨 상관이야?

국내에선 배달 시간과 안전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 앱이 사실상 ‘배달 목표 시간’을 정해주고 고객은 이를 반영해 평점을 매기기 때문에, 기사가 과속하게 되고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는 배달 기사뿐 아니라 국내 교통안전과도 직결된다.

·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쿠팡이츠와 배달 기사의 계약서에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쿠팡은 이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아니한다’, ‘사고 발생시 모든 피해 및 분쟁은 배송사업자 본인의 책임과 비용으로 해결한다’고 적혀 있다.
· 지난 1~4월, 화물차ㆍ보행자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으나, 이륜차(오토바이·전동킥보드) 사고 사망자는 15% 증가했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주문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자료)

그 전엔 무슨 일이

· 2011년 국내 피자 업체들의 ‘30분 배달제’가 폐지됐다. 배달 마감에 맞추려던 피자 오토바이 배달 기사들의 사망 사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 산업안전보건규칙(고용노동부령) 673조는 ‘배달 중개업자가 배달 시간을 산업재해를 유발할 정도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라이더유니온은 지난해부터 ‘늦어도 안전하게’, ‘안전배달료 보장’을 요구해 왔다. 현재의 ‘싸게, 많이’식의 구조가 아닌, 적정 가격으로 배달료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국내 배달시장 종사자는 대부분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더 알면 좋은 점 

·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어선 올해 3~4월 모바일 배달음식 거래액은 2조3762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2756억원)보다 86.3% 늘었다(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
· 월급쟁이 임금 근로자의 산업재해 보험료는 사업자가 전액 부담한다. 그러나 퀵서비스,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형태 근로자(개인사업자 신분)는 회사와 종사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낸다. 근로자 본인이 원치 않으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돼 가입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국내 배달 앱 기사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0.4%로 나타났다(한국노동연구원 ‘배달업 종사자 현황 실태 파악 및 보호 방안 연구’).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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