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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우버의 '배달 야망' 막은 이 법, 구글ㆍ페이스북도 떤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글로벌 음식배달 플랫폼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

글로벌 음식배달 플랫폼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

네덜란드계 음식 배달업체 '저스트이트 테이크어웨이(저스트이트)'가 미국의 2위 음식배달업체 '그럽허브'를 합병한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먼저 그럽허브를 노렸지만, 인수에 실패했다.

무슨 일이야?

·우버의 배달 서비스 '우버이츠'는 미국 배달 시장 3위 업체(점유율 19%)다. 우버가 그럽허브(점유율 32%)를 합병했다면 미국 시장 과반을 차지할 수 있었다.
·당초 우버의 인수가 유력했지만, 결국 그럽허브는 저스트이트의 품에 안겼다. 인수 가격은 73억 달러(약 8조 7000억원).
·코로나19로 부진한 차량 호출 대신 음식 배달업을 키우려던 우버의 구상이 인수 불발로 암초를 만났다.

이유가 뭐야?

·그럽허브의 매트 말로니 최고경영자(CEO)는 "저스트이트가 제안한 인수 가격(주당 75달러)이 훨씬 높았다"고 했다.
·반면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다수의 전문가를 인용해 "우버의 인수 실패는 미국의 반(反)독점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달 시장 독점 논란 때문에 미국 정부의 합병 승인이 불투명했다는 것. 그러면 맺었던 인수 계약이 파기된다. 그럽허브는 우버에 ‘계약 불발 시 위약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등 미 상원 민주당 의원 4명은 지난달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에 "우버와 그럽허브 합병에 반독점 조사가 필요하다"는 서한을 보냈다.
·2011년 미 통신업체 AT&T가 T모바일을 합병하려다 미 규제 당국의 반대로 실패했다. 당시 AT&T는 T모바일에 40억 달러의 위약금을 물었다.

테크 공룡 겨냥하는 반독점법

·반독점법은 한 기업이 시장에서 과도한 지배력을 가지는 걸 막기 위한 법이다. 최근 플랫폼 IT기업의 덩치가 커지며 독점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 유럽연합(EU)은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컴퓨터 운영체제(OS) 독점으로 1조 3000억원, 2017년 구글에 검색·쇼핑 불공정 행위로 10조원이 넘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EU는 최근에도 애플·페이스북· 아마존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의 잣대도 엄격해졌다. FTC는 지난 2월 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MS에 "최근 10년간 기업 인수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소규모 인수까지 들여다보고 반독점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것.

국내는 어때?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인수·합병(인수가 4조7500억원) 건을 심사하고 있다. DH의 한국지사 DH코리아는 국내 배달 앱 2·3위인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한다. 배민·요기요·배달통의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98%다.
·공정위가 설립 이래(1981~) 퇴짜 놓은 기업 결합은 총 9건. '호텔롯데-파라다이스면세점'(2009), 'SK텔레콤-CJ헬로비전'(2016) 등의 인수를 불허했다. 그러나 지난해 독과점 논란이 있었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과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승인했다. 당시 조성욱 위원장은 "혁신 경쟁 촉진"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공정한 심사 촉구 기자회견

지난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공정한 심사 촉구 기자회견

더 알면 좋은 것

·저스트이트와 딜리버리히어로(DH)는 세계 배달 시장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맞수다. 저스트이트는 2018년 1조 2400억원을 들여 DH 지분 18%와 독일 배달 서비스를 인수했다. DH는 이때 확보한 실탄으로 배민 인수 추진 등 아시아 사업 확장에 나섰다.
·최근엔 코로나19 중 이뤄진 인수가 비판받기도 했다. 지난달 페이스북이 '움짤(GIF)' 검색 기업 지피를 4억 달러(4900억원)에 인수하자,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은 "재정 위기를 거대기업이 기회로 삼으면 안 된다"며 당국에 반독점 조사를 요구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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