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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3년간 자산 65% 증가, 대기업 지도마저 뒤바꾼 카카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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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지도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굴뚝 산업이 쇠퇴하고, 그 자리를 무섭게 몸집을 키운 IT 공룡이 차지하고 있다. 2016년(2015년 결산 자료)부터 올해까지 대기업 중 자산총액, 매출액, 종업원 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카카오로 확인됐다. 또 3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해 자산 증가율이 높은 10개 대기업 가운데 4곳은 IT기업이었다.

[팩플데이터] 대기업집단 분석

중앙일보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대규모 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및 공시대상 기업 집단)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을 보통 대기업(준대기업)으로 부르는데,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 소속회사 가운데 일반회사의 자산총액과 금융보험사의 자본총액을 합한 '공정자산'을 기준으로 자산총액을 집계한다.

①산업구조 변화 주도하는 IT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2018년(60개)과 올해(64개) 공정위의 대기업 집단 공시자료를 비교해보니, 자산 증가율 1위는 카카오(65%)였다. 이 기간 자산 증가율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4곳이 IT 기업이다. 넷마블(47%), 넥슨(41%) 네이버(33%) 등의 자산이 카카오 다음으로 많이 늘었다. 반면, 동국제강(-13%), 중흥건설(-12%), OCI(-12%), 한라(-7%) 등은 사업 규모가 크게 줄었다.

· 매출액 변화율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최근 3년간 매출액 증가율 1, 2위는 넷마블(98%)과 카카오(90%)가 차지했다. 게임회사인 넷마블은 2018년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고, 지난해 말 렌탈가전 전문기업 코웨이를 인수했다. 넷마블과 카카오에 이어 매출 증가율이 높은 기업은 한국투자금융(60%), 네이버(33%), 미래에셋(22%)으로 나타났다.
· 건설업 기반 대기업의 매출은 크게 줄었다. 중흥건설(-50%), 호반건설(-33%), 대우건설(-24%), 대림(-20%) 등이다. 대우조선해양(-18%), OCI(-16%), 한국지엠(-13%) 등 전통 산업의 매출 하락도 두드러졌다.
·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업도 라이프 사이클이 있다. 산업 구조가 우리와 비슷한 스웨덴도 자동차·조선 등 전통 산업이 몰락한 자리를 IT기업들이 채우고 있다"며 "국내 대기업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② 급성장한 '카카오' 숫자로 확인

· 카카오는 2016년 공정위 집계 자산총액이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 '준(準)대기업'에 지정됐다. 이후 카카오는 인수·합병(M&A)과 신규 자회사 설립, 기존 사업의 분사 등으로 몸집을 키웠다. 그 결과 공정위가 집계한 카카오의 계열사는 2016년 45개에서 올해 97개로 늘었다. 계열사 수는 SK(125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 또 카카오는 5년 전보다 매출액은 215%(1조3668억 → 4조3008억원), 자산총액은 177%(5조831억 → 14조960억원), 종업원 수는 157%(4325 → 1만1106명)씩 증가했다. 이 기간 대기업 중 매출, 자산, 직원 수, 계열사 수에서 카카오의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대기업 순위에서도 카카오는 2016년 65위에서 올해 23위로 42계단 뛰어올랐다. 시가총액도 그사이 3.2배(6조9300억 → 22조3100억원) 커졌다.

③ 카카오 vs 네이버

카카오-네이버 비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카카오-네이버 비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코스피 시가총액 4위(8일 종가 기준 39조 5053억원) 네이버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 네이버가 공정위 공시대상에 포함된 건 지난 2017년. 이후 4년간 네이버의 매출은 12%(4조9886억 → 5조6078억원) 늘었고, 자산도 44%(6조6090억 → 9조4911억원) 증가했다. 종업원 수는 공정위 공시 자료 기준으로 5%(1만314명 → 1만870명) 늘었다. 카카오는 같은 기간 매출 163%, 자산 109%, 종업원 수 109% 성장했다.

· 숫자만 놓고 보면 네이버의 성장세가 카카오에 비해 더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두 회사의 경영 전략 차이로 인한 착시일 수 있다. 네이버의 국내 계열사는 본진인 네이버(주)를 포함해 43곳이다. 일본에 본사를 둔 라인(LINE)을 중심으로 한 해외계열사는 102곳에 달한다. 직원수도 해외 법인을 모두 포함하면 1만5200명(IR 자료 기준)으로 카카오보다 많다.
· 네이버는 해외 시장 공략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일본·동남아 등에서 점유율이 높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택시·배달·은행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웹툰 사업의 본사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옮겼다.
· 카카오는 국내에 기반을 둔 소속 회사 수가 97곳, 해외 계열사는 네이버(102곳)의 3분의 1 수준인 27곳이다. 전성민 교수는 "네이버가 라인의 성공으로 일본 시장에 안착했고, 동남아, 미국, 프랑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반면 카카오는 국내에서 성공했지만, 아직 해외에선 큰 성과가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주력 상품인 카카오톡의 글로벌 이용자 수(월간 활성 이용자)는 지난 1월 기준으로 5177만명, 대부분(4519만명)이 국내 이용자다.

④10대 그룹에선 SK 뜨고, 롯데·포스코 지고 

2016년과 올해 자산규모 기준 10대 그룹은 큰 차이가 없다. 2016년 7위이던 GS와 8위였던 한화만 자리바꿈을 했다.
· 지난 5년간 10대 그룹의 자산 증가율은 SK가 40%(160조8480억 → 225조5260억원)로 가장 높다. 그 뒤로는 한화(31%)-LG(29%)-삼성(22%)-농협(21%) 순이다.
· 포스코는 5년 전과 비교해 자산 변화(80조2330억 → 80조3400억원)가 거의 없다. 롯데의 경우 자산이 18% 증가하며 외형이 커졌지만, 매출(-4%),  직원 수(-7%), 계열사 수(-8%) 등 내실은 허약해졌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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