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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쿠팡 빼면 알바 자리 '실종'···이런데 아프면 쉬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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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식당ㆍ극장ㆍ파견… 코로나19는 저임금 일자리부터 쓸어갔다. 남은 것은 물류센터뿐. ‘아프면 쉬기’는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에게는 처음부터 어려운 과제였다. 이들이 소득을 채울 다른 대안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팩플데이터] 코로나 일자리 ①

중앙일보가 올해 2월과 4월의 전국 국민연금 직장가입 데이터를 전수 분석해 확인했다. 정규·비정규·시간제·일용직 등 회사(3인 이상 사업장)가 고용해 국민연금 부담금을 내는 모든 근로자 수가 집계된다.

고용 인원 감소 사업장 상위 10곳.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고용 인원 감소 사업장 상위 10곳.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외식업 알바 ‘증발’

300명 이상 모든 대형사업장의 2개월 간 고용 변화를 분석했더니, 고용 인원 감소 폭이 큰 10개 회사 중 절반이 외식 및 식음료 업체였다. CJ푸드빌, 이랜드이츠, CJ엠디원, 스타벅스커피, 한국맥도날드 등 5곳이다.

계절밥상ㆍ빕스 같은 식당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은 고용이 두 달 새 67.8%나 감소했다(2934명→ 946명). 회사 측은 “코로나19 때문에 2,3월에 매장 운영을 제대로 못했다”며 “매장에 손님보다 직원이 많을 정도라 아르바이트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애슐리·자연별곡 운영사인 이랜드이츠도 고용이 24.5% 줄었다(7262명→5480명). 스타벅스커피도 6.1%(-1041명) 감소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일반직(1441명)과 파트타임 직원(7733명)을 별도로 신고했는데, 파트타임 직원이 두 달 새 10.9%(-945명) 줄었다. 비비고 같은 CJ의 식품 판매를 담당하는 CJ엠디원의 국민연금 가입자는 두 달 새 55% 줄었다.

영화관 근무, 청소·간병 파견직도 급감

고용 인원이 줄어든 4위 사업장은 롯데컬처웍스로, 롯데시네마 영화관의 운영사다. 고용이 38.3% 감소(-1375명)했다.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식당·카페·극장 단기 일자리가 모두 줄어든 것이다.

제니엘, 삼구아이앤씨같은 인력 파견업체의 고용도 크게 줄었다. 이들은 사무보조·간병·청소·건물관리 등 인력을 채용해 파견한다.

단일 사업장 중 국민연금 가입 인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주한미군사령부서울충당’이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지연되자 주한미군사령부가 미군 부대 한국인 근로자 중 절반가량에 4월부터 무급휴직을 시행했다(국민연금은 자동으로 납부 예외 처리). 이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특별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저임금 일자리가 먼저 사라져

일자리는 급여가 낮은 쪽부터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각 회사의 국민연금 부담금을 분석해 얻은 결과다. 국민연금 부담금은 회사와 직원이 절반씩 부담하며, 액수는 각 직원의 급여에 따라 정해진다.

두 달 새 2000명 가까이 직원이 감소한 CJ푸드빌의 직원 1인당 국민연금 평균 부담액은 17.9% 가량 올랐다. 롯데컬처웍스는 15.7%, 강원랜드는 15.4% 올랐다. 저임금 일자리가 주로 사라진 탓에, 남은 직원 1인이 내는 평균값이 오른 것이다.

고용 인원 증가 사업장 상위 5곳.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고용 인원 증가 사업장 상위 5곳.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나홀로 증가, 물류 일자리

2월 대비 4월 고용이 가장 많이 늘어난 사업장은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였다. 1만 9118명(2월)에서 2만5568명(4월)으로, 2개월 새 34%(+6450명) 늘었다. 쿠팡의 고용 인원도 9475명에서 1만1335명으로 20%(+1860명) 증가했다. 쿠팡맨을 관리하는 배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고용은 이 기간 255명에서 412명이 됐다. 총 8310명 분 일자리가 추가됐다.

CFS의 국민연금 부담금 액수를 분석해 보니, 이곳에서 일어난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단시간 근로였다. 지난달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중 일부는 평일엔 콜센터에서 상담사로 근무하고 주말에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미국에서도 실직자들이 아마존으로 향하는, '물류센터의 소득 피난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아마존은 온라인 주문에 대응하려 17만5000명을 신규 채용했다. 주로 물류·배송 일자리였다. 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 같은 미국 매체에는 하루아침에 실직하고 아마존 물류센터로 몰리는 이들의 사연이 실렸다. (관련기사) 아마존에서는 지금까지 8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쿠팡 외에 고용이 증가한 한전엠씨에스는 검침·송달 업무를 하는 한전의 자회사로, 공기업 직접고용 및 정규직 전환 작업으로 고용이 늘었다. 고용 증가 4위 사업장은 수원시 영통구의 삼성전자, 5위는 평택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의 배관공사 작업장이었다.

심서현·김원 기자 shshim@joongang.co.kr

[팩플데이터] 코로나 일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