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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금융허브’ 다시 떠오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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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알리바바에 이은 중국 2위 온라인 쇼핑몰 징둥그룹은 지난 18일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하며 기업 공개(IPO)에 성공했다. 증시 입성을 알리는 징을 치고 있는 징둥닷컴 관계자들. [신화=연합뉴스]

알리바바에 이은 중국 2위 온라인 쇼핑몰 징둥그룹은 지난 18일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하며 기업 공개(IPO)에 성공했다. 증시 입성을 알리는 징을 치고 있는 징둥닷컴 관계자들. [신화=연합뉴스]

무너질 것 같던 홍콩의 ‘금융 허브’ 위상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돌아온 전자상거래업체 징둥(京東) 그룹 등 중국 대기업들의 기업공개(IPO)를 잇따라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반중(反中) 시위와 홍콩보안법을 둘러싼 미·중 갈등 여파로 홍콩에서 자금 이탈 논란은 지속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지금이 저평가된 홍콩 증시에 투자할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기업이 앞으로 미국 대신 홍콩 증시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중국 정부가 본토에 자금 조달 역할을 하는 홍콩의 금융 허브 기능을 포기할 리 없기 때문이다.

미·중갈등, 홍콩증시 저평가 영향 #뉴욕 떠난 징둥, 홍콩서 IPO 성공 #바이두·얌차이나 등 31개 중국기업 #미국서 복귀 땐 674조원 유입효과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의 양대 전자상거래 업체 중 하나인 징둥은 18일(현지시간) 홍콩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2014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징둥은 이번 홍콩 2차 상장으로 총 297억7천만 홍콩달러(약 4조6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쇼핑몰 징둥닷컴(JD.COM)을 운영하는 징둥은 알리바바와 게임업체 넷이즈에 이어 미국 증시에서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으로 회귀한 세 번째 중국 기업이다.

KFC·피자헛 등 중국에서 1만여 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 중국 최대 외식기업 얌차이나도 현재 뉴욕에서 홍콩으로 2차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1위 검색포털 기업 바이두,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 등도 홍콩 증시 2차 상장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이는 지난달 미 정부가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미국 회계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상장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움직임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앤드컴퍼니는 “미국에 상장된 31개 중국 기업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중국 기술주의 홍콩 복귀가 현실화되면 최대 5570억 달러(약 674조원)의 자금이 홍콩 증시에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에서 기업 인수·합병(M&A), IPO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로펌 데커트는 “원래 미국 IPO를 고려하던 중국 기업들도 규제 강화와 불확실성 증가에 마음을 바꾸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탈(脫) 미국 금융 시장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자금 이탈로 위기에 몰린 홍콩 증시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항셍지수는 18일 종가 기준으로 2만4643.89를 기록, 2018년 1월 26일 최고가(3만3154.12) 대비 한참 떨어진 상태다. 최고가를 다시 회복할 경우 상승률은 35%에 달한다. 미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항셍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3배 수준으로, 세계 주요 벤치마크 지수 중 가장 저평가됐다. 미국 S&P지수는 24.4배, 유럽의 유로스톡스 50지수는 18.6배, 중국 본토 CSI300 지수는 12.6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홍콩 증시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홍콩에 대한 금융 의존도가 높은 중국 입장에서 홍콩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을 경우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홍콩 증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중국 본토에서 홍콩 증시로 약 2765억 홍콩달러(약 43조원)가 흘러 들어갔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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