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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당권 레이스 ‘김여정 불똥’···그냥 김부겸·이낙연 1대1로 끝?

중앙일보

입력

조기 과열 양상을 보이던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경쟁이 급랭하고 있다. '김여정 효과'다.

이달 말 당 대표 선거 출마선언을 예고했던 이낙연 의원 측은 “출마선언 일정은 북한 문제의 추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내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을 돕고 있는 한 의원은 “올 스톱”이라고 했다. 중립을 지키고 있는 한 재선 의원은 “북한 이슈가 터지면서 당권 운운하는 게 한가해 보이는 상황이 됐다”며 “의원들의 관심도 급격히 낮아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북한 도발이 가져온 냉각기는 누구에게 이익일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before 6.16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난 16일까지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은 1진1퇴를 반복했다. 6월 들어 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가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은 데 이어, 당권 주자 중 2약(弱)으로 평가되는 우원식ㆍ홍영표 의원이 연일 ‘대선 주자 당권 불가론’을 외친 것은 김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9일·10일 두 사람을 잇따라 만난 김 전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주도권을 잡는 듯했다.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가 정상화되고 상임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면 시기를 봐서 제 나름대로의 비전과 출마의 변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가 정상화되고 상임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면 시기를 봐서 제 나름대로의 비전과 출마의 변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6월 16일 직전 상황은 급변했다. 친문그룹 중심부에서 “특정 정치인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배제”(최인호 의원)라는 반론이 제기되면서다. 최 의원은 “(당 대표 임기가) 7개월이든 2년이든 중요한 것은 절대적 시간이 아니라 무엇을 이루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이 의원을 강하게 뒷받침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충청의 A의원, 수도권의 B의원 등과 청와대 출신인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등도 이 의원을 돕는다는 이야기가 이즈음 또 당내에 회자됐다.

after 6.16

연락사무소 폭파로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6월 16일과 17일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은 유의미한 정치 행보를 보였다. 16일 김 전 의원은 자신의 후원조직인 새희망포럼 모임에 참석했다. 김 전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합류한 직후부터 뿌리를 뻗어온 전국 조직이다. 2018~2019년엔 지역별 지회를 만들며 세를 불려왔다. 김 전 의원의 한 측근은 “공식적으로 직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새희망포럼과 인연을 맺어온 현역 의원들이 적지 않다”며 “호남 지역에도 적잖은 회원이 있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강원권 간담회에서 만난 최문순 강원도지사(왼쪽부터), 이낙연 위원장,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이광재 의원.

18일 오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강원권 간담회에서 만난 최문순 강원도지사(왼쪽부터), 이낙연 위원장,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이광재 의원.

반면 이 의원은 지난 16~18일 김경수 경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지사 등을 잇달아 만났다. 김 지사와 최 지사와의 만남은 이 의원이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의 전국 순회 과정에서 이뤄졌지만, 박 시장은 17일 열린 연구단체 ‘포스코로나 내외포럼’(내외포럼) 발족식에 일부러 찾아가 만났다. 내외포럼은 박 시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연구모임이다. 안규백 의원이 상임대표,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서삼석 의원(재선ㆍ전남 무안·신안·영광)이 공동대표를 맡았고 발족식엔 남인순ㆍ민병덕ㆍ기동민ㆍ김원이ㆍ천준호 등 박원순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공식 출마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는 단계에서 김 전 의원은 기층 조직을 다지는 모습이, 이 의원은 당내 지분을 가진 유력 인사와 접촉면을 늘리는 모습이 각각 포착된 것이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이 의원은 당내 거부 반응을 잠재우는 게 시급한 반면, 김 전 의원은 조직력에서 승부를 봐야 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2약의 선택은 

당권 구도상의 남은 변수는 이제 상대적으로 '2약'으로 분류되는 우원식ㆍ홍영표 의원의 완주 여부다. 홍 의원의 최대 지지기반이 될 것으로 관측되던 친문의원 그룹 ‘부엉이 모임’의 멤버들은 현재 '개인플레이'로 돌아섰다. 최인호 의원 등은 이 의원으로 돕기 시작했고,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전해철 의원은 중립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8년 5월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홍영표 의원(왼쪽)에게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이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5월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홍영표 의원(왼쪽)에게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이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우 의원의 고민도 클 수밖에 없다.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에 정치적 뿌리를 뒀다지만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작고한 이후 민평련의 결속력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우 의원과 가까운 한 3선 의원은 “전당대회가 두 대선주자 간 다툼으로 변질되면서 제3 주자의 공간이 좁아지고 있다”며 “전체의 15%를 득표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가 출마 또는 완주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장혁ㆍ김효성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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