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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직 與의원도 있다…5년전 '라임 회장님'의 필리핀접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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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조6000억원대 '라임 환매중단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1조6000억원대 '라임 환매중단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현직 의원과 여권 관계자들이 5년 전 ‘라임 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마련한 필리핀의 한 리조트로 3박 4일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김 전 회장 및 주요 참고인 조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으며, 이를 토대로 김 전 회장과 정·관계 인사들의 ‘연결 고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5년 전 여권 인사들 3박4일 여행 #검찰, 정·관계 연결고리 집중수사

'유사 수신 사기' 위해 마련한 리조트서 3박4일  

1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 여당 소속인 지역구 A의원과 비례대표 B의원,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여당 후보자 C씨 등 여권 관계자들은 2015년 9월경 김 전 회장이 빌려놓은 필리핀 클락의 한 리조트에서 3박 4일간 머물며 필리핀 여행을 했다. 당시 A의원은 지방자치단체 고위직 임기를 막 마친 뒤였고, B의원과 C후보자는 각각 노동조합 활동을 하던 중이었다. 이 외에도 전직 여권 소속 시의원과 구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출신 김모씨 등이 동행했다.

2015년 당시 김 전 회장은 친분이 있던 한 언론사 간부 이모씨에게 “주변에 신세를 갚아야 하는 사람이 있거나 잘 해줘야 할 사람이 있으면 부담 없이 한 번 모시고 다녀오라”며 리조트를 소개했다. 해당 리조트는 김 전 회장이 행사를 위해 미리 장기간 빌려뒀던 곳으로 알려졌는데, 시기상 김 전 회장이 받는 또 다른 유사 수신 사기 의혹인 ‘KFM 파트너스 사건’을 준비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유사수신업체 KFM은 싱가포르 뷔페 사업, 신성장 에너지 사업 등에 진출한다고 투자자를 속여 2015년 7월부터 1년 동안 피해자 1700여명으로부터 858억원을 빼돌렸다. 당시 회사 임직원들은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배후에서 지휘한 의혹을 받는 김 전 회장은 법망을 피해갔다.

김 전 회장에게 리조트를 추천받은 이씨는 다시 친분이 있던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출신 김씨에게 해당 리조트를 소개해줬다. 이를 계기로 김씨와 이씨를 포함해 여행모임 회원들은 필리핀으로 행선지를 잡았고, 해당 리조트에서 3박4일간 공짜로 묵었다. 동행했던 이씨는 “리조트 숙박비만 김 전 회장이 낸 것이고, 항공료나 여행 활동비는 다 각자 돈으로 지불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행 동안 이들과 김 전 회장이 직접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치자금 수천만원 받은 의혹도 제기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이 같은 방식으로 정·관계 인사들을 관리한 뒤 인연을 쌓아 향후 ‘로비 창구’로 활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A의원의 경우 김 전 회장으로부터 2016년 총선 준비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정치 자금을 받았으며, 당선 이후에는 축하 명목으로 맞춤 양복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A의원 측은 “당시 여행을 갔던 것은 맞지만 국회의원이 된 이후엔 김 전 회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청탁을 받은 사실도 없다”며 “필리핀 여행 당시에도 김 전 회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당연히 거기서 만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제기된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수차례 확인을 위해 연락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2015년 여행 당시에는 김 전 회장과 직접 친분이 없던 김씨도 4년이 지난 지난해 7월 라임 사태를 무마하려던 김 전 회장에게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을 직접 소개해 주기도 했다. 김씨의 소개로 김 전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여당 의원을 국회 사무실에서 직접 만났다. 또 김씨는 김 전 회장에게 지난 총선 때 출마한 부산 지역 여당 소속 총선 후보자 D씨도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 전 회장은 D씨에게도 최소 수천만원 이상의 정치 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D씨는 “김 전 회장은 알지만, 돈은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 고위 간부·청와대 고위 인사도 등장 

김 전 회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과 정·관계 인사들의 연결 고리가 조금씩 확인되면서 검찰도 무조건 김 전 회장의 진술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전 회장은 여당 국회의원 외에도 검찰 고위 간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에게도 로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앞서 친분이 있었던 언론사 간부 출신인 현 스타모빌리티 이모 대표를 통해 정·관계 인사를 소개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이 대표는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넨 적도 없고, 로비나 청탁을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후연·정용환·정진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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