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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머니]무상증자 한마디에 상한가…알쏭달쏭 ‘증자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증자. 요즘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화두 중 하나입니다. 증자는 주식을 더 발행해 기업이 돈을 조달하는 겁니다. 보통 증시가 뜨거울 때 증자도 늘어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급락했던 지수가 빠르게 회복한 영향이죠. 현금흐름이 나빠져 유상증자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업도 있고, 이참에 관심을 좀 받겠다며 무상증자에 나선 곳도 많네요. 부부의 세계 말고, 증자의 세계 들여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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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한진칼은 지난 1일 3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공시했다. 자회사인 대한항공이 자구안의 하나로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지난 1일 레고켐바이오는 1주당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했다. 레코켐바이오는 항체를 항원(바이러스)에 연결하는 항체·약물 복합체(ADC) 기술로 알려진 바이오 업체다. 기술이전 실적 등으로 예전부터 주목을 받았는데 무상증자 이후 열흘 새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화학 소재 기업 와이엠티도 11일 무상증자 발표했는데 상한가를 기록했다.

#증자가 뭐길래?

=기업이 위기에 처하거나, 사업을 키우려면 현재 가진 돈(자본금) 외에 추가로 돈이 필요하다. 기업의 선택은 크게 세 가지다. 일단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아니면 회사 이름으로 채권을 발행한다. 마지막으로 증자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의 증자는 돈을 받고 주식 수를 늘리는 유상증자를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 유상증자는 매력적이다. 대출이나 채권은 약속한 기간이 있고, 이자도 지불해야 한다. 증자는 부담이 덜하다. 자본금은 상환 의무가 없고, 나중에 이익이 발생하면 배당 형태로 돌려주면 된다.

#주주 입장에선?

=증자해서 사업이 잘되고, 주가도 오르면 더할 나위 없다. 매번 그럴 리 없다.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목적으로 증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보통은 보통 유상증자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발표 후 주가가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는 것이니 가치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단순히 ‘운영자금 조달’ 목적이라면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성장성이 있다면 무조건 부정적이라 보기 어렵다. 신규사업에 진출하거나 인수합병(M&A)을 위해 돈을 모으는데 그 판단이 멀리 보아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호재로 볼 만하다.

#돈 안 받고 증자를?

=무상증자는 돈을 받지 않고 주식을 나눠주는 걸 말한다. 기업의 자기자본은 자본금과 잉여금(여윳돈)으로 나뉜다. 잉여금에 있던 돈으로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으로 옮기는 형태다. 그렇게 발행한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나눠준다.

=잉여금에 있는 돈이 자본금으로 단순히 이동한 것이니 전체 자기자본엔 변화가 없다. A씨가 B사의 주식 100주(주당 1만원)를 가졌다고 하자. B사가 1대1 무상증자를 결정했다면 A씨의 주식은 200주로 늘어난다. 그렇다고 보유한 지분 가치가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어나는 건 아니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5000원으로 조정(권리락)하기 때문이다. 전체 가치엔 변동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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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할까?

=무상증자를 하려면 잉여금이 있어야 한다. 재무구조가 튼튼하다는 걸 대외적으로 알리는 효과가 있다. 실적이 괜찮은데 주가가 지지부진하거나 큰 관심을 못 받는 기업이 주로 꺼내는 카드다. 주가를 올리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로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재무건전성과 경영진의 주가 부양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니 호재로 받아들인다. 발행주식 수 증가에 따라 거래량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또 주가가 낮아지면 싸게 보이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도 있다. 화폐 단위를 낮추면 일정 기간 물가가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요즘처럼 유동성이 풍부할 땐 효과가 더 크다.

=마냥 좋은 건 아니다. 무상증자는 기업의 본질적 개선과 무관하다. 잉여금이 자본금으로 이동한 것뿐 갑자기 큰돈이 생긴 게 아니다. 실적과도 상관없다. 예전엔 무상증자 공시만으로도 연일 상한가 행진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엔 신중한 흐름을 보인다.

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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