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국회의원 오르는 세가지 코스…시민단체 출신 안보인다 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3월 12일 열린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기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12일 열린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기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중앙정치 무대에서 순수한 의미의 시민단체(NPO·특정 비영리활동 법인) 활동가 출신 정치인은 매우 드물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에 소수의 의원이 있지만, 이들 역시 변호사 등 전문직 경력을 갖춘 사람이 대부분이다.

간 총리가 예외…30년 지나도 풍토 여전 #지방의원·정치인비서·관료 출신이 주류 #정치색 강하면 시민단체 정체성 퇴색 #"지방서 활동…국회 진출할 역량 부족"

일본 시민사회계 출신 정치가 중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히는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 역시 본업은 변리사였다. 1980년 그가 중의원으로 처음 당선됐을 당시 언론은 "정치인 비서나 세습, 관료 출신이 아닌 데다가 노조나 종교단체 지원도 없는 그야말로 '밋밋한 사내'가 격전구(도쿄 7구)에서 이겼다"고 평가했다.

이후로도 30년간 일본의 정치 풍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코스는 세 가지다. 지방 기초의원부터 시작해 단계를 밟아 올라가거나, 정치가의 자손이나 비서 출신으로 지역구를 물려받거나, 관료나 일류기업 회사원 등 엘리트가 정치로 뛰어드는 경우다.

지난달 15일 일본 도쿄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 남성이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한다"는 내용의 팻말을 든채 시위를 하고 있다. 일본에선 대규모 정치 집회가 매우 드물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일본 도쿄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 남성이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한다"는 내용의 팻말을 든채 시위를 하고 있다. 일본에선 대규모 정치 집회가 매우 드물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직 의원들의 면면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 온라인 정치 매체인 정치닷컴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양원(중의원·참의원) 의원들의 전직을 조사한 결과 지방의원 출신이 압도적이다. 중의원은 3명 중 1명(총 464명 중 147명), 참의원은 4명 중 1명(총 245명 중 67명)꼴이다.

중의원의 경우 지방의원 다음으로 정치인 비서(84명), 국가공무원(53명), 회사원(43명) 등이 월등히 많다. 이들 4개 직종을 합치면 65.9%에 이른다. 차순위인 변호사의 경우 17명(3.7%)에 그쳤다. 참의원에선 노조 간부 출신이 19명(7.7%, 중의원은 2명)으로 다소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일본 국회의원의 전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본 국회의원의 전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본에선 1995년 한신 대지진을 기점으로 NPO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5만1216개 법인이 등록돼 있다.

그런데 일반 시민들이 '정치성이 강한 단체'에 대한 거부감이 큰 탓에 사회봉사를 목적으로 한 단체들이 주류다.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다는 뜻이다. 오히려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면 시민단체로서 정체성을 위협받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시민단체가 국회 진출의 주요 통로 중 하나가 되는 한국적 상황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최근 들어 지방의회로 진출하는 NPO 출신이 늘었지만, 전체적으로 봐선 여전히 소수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중앙 조직보다 지방 조직이 많다"며 "일본에선 시민단체가 전국 단위 정치 활동 보다는 지역 현장의 시민운동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민당의 장기 독주가 이런 상황을 고착화한 부분도 있다. 내부 파벌 정치로 정권을 옹립하는 자민당 특성상 정당 내에서 사람을 키우려는 성향이 강하다.

과거 시민사회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사민당이 몰락하면서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은 정치권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 진보 성향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등에 일부 인사가 있지만 큰 목소리를 내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니혼게이자이신문 6월 5~7일 실시)에 따르면 4개 야당(입헌민주당·국민민주당·공산당·사민당)의 지지율은 합쳐도 14%, 자민당(36%)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