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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부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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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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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부캐릭터의 준말)’는 온라인 게임에서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가리키는 용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부캐가 핫 키워드로 떠오른 건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 중인 유재석 때문이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될 때마다 색다른 임무를 수행해온 유재석은 매번 획기적인 캐릭터로 변신했다. 예의 바르고 수줍음 많은 MC 유재석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변신 덕분에 드러머 ‘유고스타’, 트로트 가수 ‘유산슬’, 하피스트 ‘유르페우스’, 요리사 ‘유라섹’ 등의 부캐들이 탄생했다. 개그우먼 김신영이 트로트 곡 ‘주라주라’를 발표하고 ‘둘째 이모 김다비’라는 색다른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도 부캐 트렌드의 연장선이다.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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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는 또 다른 자아와 끼를 발견하고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트렌드다. 또 다른 캐릭터의 정체성을 위해 진심을 다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별명과도 구별된다. 유재석과 또 다른 부캐의 원조 tvN ‘삼시세끼 어촌편’ 출연자 유해진·차승원·손호준이 그렇다.

유해진(참바다씨·프로아궁이스트·통발러·해지니어스·마도로스유·이케요CEO), 차승원(차줌마·차셰프·차기복), 손호준(크크손·파이어요정·센스손·손보조·밥지니어스). 부캐명들만 봐도 이들이 각자 어떤 역할에 충실한 지, 시청자가 어떤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지 알 수 있다. 2주 전 방송에서 참바다씨가 5년 만에 소원했던 참돔을 잡았을 때(사진) 매체 기사 제목과 시청자 댓글에는 ‘감동’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드라마 촬영으로 손호준이 한 회 빠졌을 때는 시청자들도 함께 그의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예능마저도 진심이 통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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