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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보양식품

중앙일보

입력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한여름이 되면 맥을 못 춘다. 입맛이 없고 기력이 떨어지며 매사에 의욕이 없어진다. 그래서 예로부터 조상들은 한여름의 더위를 거뜬히 이기게 하는 여름철 보양식품을 즐겨 먹어왔다. 더위에 지친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여름 보양식품을 소개한다.
기획·김수근 기자, 김은실(자유기고가)

우리 조상들은 전통적으로 여름철 보양식품을 먹어왔다. 사람들이 식욕이나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몸을 보할 목적으로 먹는 음식을 보양식이라고 한다.

이들 보양식품들은 매우 다양하다. 식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분, 약리, 효능 또는 그 용도에 따라 보기식품, 보혈식품, 보양식품, 보음식품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계절적인 요인 외에 현대인의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으로는 오염된 공기와 식품, 각종 성인병, 날로 쌓이는 정신적 및 육체적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 이런 원인으로 암 발생도 증가하고, 각종 심인성 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인의 이러한 건강 취약 구조를 보다 강인하게 메워주고, 튼실하게 다듬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운동이나 보약, 휴식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여름철에 급격히 체력 소모가 진행될 때는 단방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보양식품이 으뜸이다.

보양식품은 여름철에 쇠진한 몸에 꼭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농축액이 함유되어 있어 우리 몸의 전반적인 기능을 조절하고, 외부 건강 유해세력으로부터 저항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에 약해진 우리 몸을 보해주는 식품은 동·식물 등 매우 다양하다.

‘아무 음식이나 잘 먹으면 되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여름철에 특히 제 맛과 영양을 발산하는 식품, 여름철 떨어진 입맛을 돋우는 향미, 여름철에 사람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이 다량 함유된 식품 등이 여름 보양식품으로 주로 이용된다.

미꾸라지로 만드는 추어탕은 내장까지 함께 끓여서 조리하기 때문에 비타민 A와 D를 손실 없이 모두 섭취할 수 있다. 특히 뼈까지 먹기 때문에 칼슘의 공급을 충분히 해준다.

추어탕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고 끈적한 점액질인 뮤신으로 인해 위궤양 예방 효과까지 있다. 여름철 대표적인 보양식품으로 손꼽힌다.

‘남성에게는 피부와 혈관, 내장에 생기를 주어 젊음을 유지시키고,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추어탕에 함유되어 있는 콘드로이친과 황산은 숙취 해소는 물론 발기불능에도 효과가 있다. 여성에게는 세포조직의 수분을 유지시켜 피부가 윤택해지고 혈관과 내장에 생기를 준다….’

닭고기는 다른 육류보다 섬유소가 가늘고 연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쇠고기처럼 지방이 근육 속에 섞여 있지 않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소화흡수가 잘된다.

특히 조리할 때 지방을 떼어내고 살코기만 섭취하면 다이어트식품으로도 적격이다.

닭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렌산 등이 전체 지방의 2/3 정도를 구성하고 있어서 쇠고기의 10배, 돼지고기의 5배나 더 많은 양을 함유하고 있다.

리놀렌산은 혈청 콜레스테롤을 용해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리놀렌산이나 콜린이 부족하면 발생하기 쉬운 지방간이나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삼복 중의 보양식품으로 손꼽히는 영계백숙은 영계를 마늘, 파의 흰뿌리만 넣어서 맹물에 푹 고아서 백숙 상태로 만든 것이고, 삼계탕은 영계백숙에 인삼을 넣어 조리한다. 삼계탕은 수삼과 대추, 밤, 마늘, 찹쌀, 황기 등을 넣어서 만든다.

삼계탕은 인삼을 넣어 추위를 잘 타는 노인과 부인들에게 좋고, 황기는 땀이 잘 나게 하여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양분을 제공한다. 여성의 경우는 여기에 당귀를 넣으면 좋다. 구기자를 넣으면 정력에 좋고 눈이 밝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대추는 기 부족에 좋고, 찹쌀은 수분 부족으로 인한 심장의 열을 억제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더위로 나태해진 정신을 맑게 해준다. 마늘은 심폐기능을 도와주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삼계탕에 넣는 인삼은 체내 효소의 활성화를 통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피로회복을 돕는다. 또 인삼의 쌉쌀한 맛이 식욕을 돋우는 효능이 있다.

장어는 단백질이 14.4%, 지방이 17%, 비타민 A가 3500 IU 함유되어 있어서 계절적으로 비타민 A가 부족하기 쉬운 여름철에 보양식으로 좋다.

항암효과가 있다는 토코페롤도 대단히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 효과가 크다. 특히 남성이 토코페롤을 많이 복용하면 정자수가 증가한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기력이 떨어질 경우에 몸에 좋은 강장식품으로 장어, 미꾸라지, 닭날개 등을 꼽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끈끈하다는 것. 점액질의 미끄러운 껍질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뮤신은 단백질을 잘 흡수시켜 강정 효과가 있다.

메기는 다른 생선보다 질 좋은 단백질과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영양 만점의 보양식이다.

여름철에 입이 마르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며 어지럼증이 있고 피곤할 때 메기를 먹으면 좋다 황련 가루를 메기의 타액으로 개어서 환으로 만들어 오매(매실을 구워 말린 약재)를 끓인 물로 5~7알씩, 하루 3회 공복에 먹으면 좋다.

특히 『명의별록』이라는 고서에 ‘메기는 백병을 다스리며 곰국을 만들어 먹으면 몸을 보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메기를 장시간 중불에서 푹 고아서 곰국으로 만들어 먹으면 여름철 이열치열 보양탕으로 으뜸이다.

흑염소는 지방질의 함량이 적은 반면에 단백질과 칼슘,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임산부뿐만 아니라 회복기 환자, 발육기 어린이에게 좋은 식품이다.

흑염소 고기는 근육섬유가 연해서 소화흡수율이 매우 높다. 지방 함량은 쇠고기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소화기능이 약해서 고기를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나 위장병 환자, 허약한 사람에게 좋은 보양식품이다.

비타민 E, 즉 토코페롤이 많이 들어 있어서 불임 예방에 좋고, 세포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흑염소 고기는 보혈 작용과 함께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생후 1년 전의 어린 염소가 특히 약효가 좋다. 그러나 흑염소 특유의 누린내가 심하므로, 요리를 할 때는 마늘과 생강을 듬뿍 넣어야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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