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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으로 실업자수 줄였지만…뇌관 20대·제조업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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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설명회에 모인 구직자. 연합뉴스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설명회에 모인 구직자.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얼어붙고 있지만, 실업급여(구직급여) 신청자는 거꾸로 줄었다. 나랏돈(재정)을 투입해 해고를 막아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쓸 수 있는 재정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의 일자리 창출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20·30대 등 청년층과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고용 상황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는 것은 향후 실업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줄었다고? 

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5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1만1000명으로 전월대비 1만8000명 줄었다. 실업급여 신청자는 코로나가 본격 확산한 지난 3월 15만600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난 2월 이후 둔화하기 시작한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도 지난달에는 둔화 양상이 진정됐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38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만5000명 증가했다. 지난 3월에는 25만3000명이 늘었고 4월에는 16만3000명이 늘어 증가 폭이 한 달 사이 3분의 1가량 줄었다. 지난달 가입자 증가 폭은 2004년 2월(13만8000명) 이후 가장 낮았지만, 둔화 폭은 다소 완화하는 모습이다.

고용보험 가입자수 증감. 그래픽=신재민 기자

고용보험 가입자수 증감. 그래픽=신재민 기자

해고보다 휴직 택한 기업

정부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등 재정 지원으로 기업이 해고보다는 휴직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고용보험 취득·상실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직장을 얻어 고용보험을 취득한 사람은 한 해 전보다 9만명 줄었다. 기업이 신규 채용에 나서지 않아서다. 그러나 직장을 잃어 이를 상실한 사람도 7만9000명 감소했다. 코로나 위기를 겪지 않았던 지난해보다도 직장을 잃은 사람이 더 적었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일시 휴직자가 급증한 고용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통계청 고용동향에서 지난 3월과 4월 일시휴직자 증가 폭은 각각 126만명, 113만명으로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 행진을 이어갔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면 고용보험 가입 이탈을 막는 효과가 있어 실업급여 신청자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최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출해 실업급여를 덜 받도록 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직자, 실업자되면 재정 낭비" 

전문가들은 '재정 효과' 이후의 실업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정은 무한정 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끊기면 일시 휴직자가 대거 실업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과 실업급여를 이중으로 부담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고용 통계를 방어하는 데 나랏돈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건은 주력산업인 제조업이다. 지난달 제조업 분야에선 고용보험 가입자가 5만4000명(-1.5%) 줄어 외환위기(98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에선 19만4000명(2.1%)이 늘어난 것에 대비된다. 연령별로는 다른 연령에선 모두 가입자가 늘어난 반면, 29세 이하는 6만3000명(-2.6%), 30대는 6만2000명(-1.8%) 줄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제조업과 청년층 노동시장에 고용 위기가 심화하는 것은 미래 성장 동력 회복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민간의 일자리 창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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