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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위암 수술 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생존율↑ 재발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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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위암 수술 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제균 치료를 받으면 생존율은 높아지고 사망 위험과 암 재발 위험은 줄어든다는 사실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최용훈 임상강사)은 위 부분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이 이뤄진 그룹과 제균이 이뤄지지 않은 그룹 간의 비교를 통해 생존율, 사망률, 암 재발률을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술적 치료를 받은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여부에 따른 생존율과 전체적인 예후를 확인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 발표된 결과다.

병원리포트 -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17년까지 15년 동안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단·수술을 받은 조기 위암 및 진행성 위암 환자 중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1031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 중에서 성공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는 451명(43.7%), 제균 치료를 받지 않거나 실패한 환자는 580명(56.3%)이었다.

15년 동안의 추적·관찰을 통해 확인한 생존율에서는 전체 생존율이 제균 그룹은 96.5%, 제균하지 않은 그룹은 79.9%로 차이를 보였다. 위암 관련 생존율도 제균 그룹이 97.6%, 비제균 그룹이 92.5%로 제균 치료 그룹의 생존율이 보다 높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생존율 향상 효과는 조기 위암은 물론 진행성 위암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조기 위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아 장기 생존율에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진행성 위암에서 나타난 생존율의 차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위 내 재발 및 복막 전이, 간담도 전이, 폐(흉부) 림프샘 전이, 뇌 전이 등 위암 제거 후 암 재발률은 제균 그룹이 2.2%(451명 중 10명)였지만, 비제균 그룹은 9.6%(580명 중 56명)였다. 이를 토대로 한 다변량 분석에서 비제균 그룹의 암 재발 위험이 제균 그룹의 2.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헬리코박터 제균이 암 재발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은 위 조직에 미치는 영향 외에도 대사증후군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제균 치료에 성공한 위암 환자들에서 암 재발 위험은 줄어들고 생존율은 향상된 결과를 보인 만큼, 헬리코박터 제균이 위암과 전신 건강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아직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조기 위암 환자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진행성 위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진행성 위암에 대한 치료 역시 건강보험 적용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위암 분야 국제학술지 ‘위암(Gastric Cancer)’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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