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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웠던 이낙연 독주, 정세균·김부겸 연대설이 튀어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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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오른쪽 둘째)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오른쪽 둘째)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대세론’으로 밋밋하게 흐르는 듯했던 더불어민주당 당권 레이스의 분위기와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당내 TK(대구ㆍ경북)의 한 축인 김부겸 전 의원이 8월 전당대회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혀가면서다. 특히 정세균 총리가 김 전 의원을 밀고 있다는 ‘정(정세균)-김(김부겸) 연대설’이 퍼지면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가깝게는 2개월 뒤 치르는 당권 경쟁이지만 멀리 보면 2년 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대권 전초전 양상이다.

TK 낙선인사 “김부겸이 ‘좀 도와도~’ 했다”

이른바 정-김 연대설의 직접적인 단초가 된 건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있었던 만찬이다. 정 총리가 TK 지역 낙선자 20여명을 위로하겠다며 부른 자리였다. 한 참석자는 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만찬 뒤 헤어질 무렵 김 전 의원이 일부 참석자들에게 ‘내가 (당 대표 선거 출마) 해볼테니 니들이 좀 도와도(도와줘)~’라고 했다. 당권에 도전하실 것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에 나갈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김 전 의원에게 “대선 출마는 차차기로 하고 당 대표부터 하고 힘을 키우라”는 조언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전 의원이 당권 도전을 공식화할 경우 ‘2022년 대선 불출마 카드’를 내밀 가능성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된다. 김 전 의원과 이 의원이 곧 만날 거란 예상이 나오지만, 김 전 의원 측은 “회동 변수와 상관 없이 우리는 나간다고 보면 된다. 이 의원보다 앞서 이달 중순쯤 출마선언을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이 있는 정 총리가 이낙연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해 김 전 의원을 돕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정 총리와 김 전 의원은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 원내대표(정세균), 원내수석부대표(김부겸)로 함께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2005년 6월 1일 당시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왼쪽)와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앞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중앙포토]

2005년 6월 1일 당시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왼쪽)와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앞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코로나 방역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무슨 정치행보나 하는 걸로 비쳐지고 있다. 전적으로 억측이고 오해”라며 “정치를 함께 한 분들을 위로한 것일 뿐”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1시간쯤 뒤 김 전 의원이 페이스북 글을 통해 “식사 자리에서나 별도 환담 자리에서 전당대회 관련 대화를 꺼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가) 좋은 뜻으로 마련해주신 자리인데 괜히 저로 인해 곤욕을 치르게 했다”고 덧붙였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정 총리는 이 글에서 ’제 머릿속은 코로나 방역과 위기 극복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대권이니 당권이니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다“고 했다. 최근 정 총리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거나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부겸 전 의원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 데 대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페이스북 캡처]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정 총리는 이 글에서 ’제 머릿속은 코로나 방역과 위기 극복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대권이니 당권이니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다“고 했다. 최근 정 총리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거나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부겸 전 의원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 데 대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페이스북 캡처]

이낙연 측 경계감…“라이벌 꼽으라면 정세균”  

정-김 연대설은 최근 이낙연 민주당 의원 주변에서 감지되는, 정 총리와 김 전 의원에 대한 경계감과 맞물려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기세다.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 위원장은 약한 당내 기반을 여론의 힘으로 극복하고 당권을 거머쥔 뒤 대선까지 내처 달리는 시나리오를 그려왔다. 하지만 한때 ‘SK계(정세균계)’라고 불렸을 만큼 당내 상당한 세(勢)를 갖춘 정 총리가 김 전 의원을 측면지원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당초 김 전 의원은 원외라는 한계 때문에 당권 도전보다 대선 직행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전북 출신 정 총리가 다음 대선을 앞두고 영남 출신 김 전 의원과 손을 잡는 그림은 서로에게 실보다 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만은 아닐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의원 외에도 홍영표ㆍ우원식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이 의원과 가까운 한 당내 인사는 “이 의원과 당권을 경쟁하는 최후의 한 사람을 꼽자면 김 전 의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총리가 부쩍 보폭을 넓히는 건 대선 레이스와 무관치 않은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 총리는 최근 TKㆍ전북ㆍ부산 낙선인사들과 연쇄 만찬을 갖는 등 접촉면을 넓히고 있고, 지난달 27일에는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총리가 꾸린 민주당 의원 모임 ‘광화문포럼’은 최근 40여명으로 불리고 정기적 공부모임을 갖겠다고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3일 오후 청주 SB플라자에서 열린 충청권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3일 오후 청주 SB플라자에서 열린 충청권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 주변에선 긴장감이 읽힌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 총리의 대선 주자 지지율이 만약 10%를 넘어서면 당내 세력과 국회의장 출신의 잠재력 등을 감안해 ‘곱하기 2’(20%)라고 봐야 한다”며 “이 의원의 당내 최대 대권 라이벌을 꼽으라면 동향(호남) 출신에 총리 이력도 닮은 정세균”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인사는 “정 총리가 쓴 책을 열공(열심히 공부)하며 ‘정세균 읽기’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 의원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이 의원은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자격으로 전국 순회 일정에 들어갔다. 지난 3일 충북 청주를 시작으로, 8일 경남 창원, 12일 전북 전주, 18일 강원 원주에서 지역경제 피해상황을 점검하는 간담회를 벌이는데, 사실상 전당대회 전 지역 거점 다지기란 해석이 많다. 기존 공부 모임을 싱크탱크로 확장키로 한 이 의원은 현안이 생길 때마다 조언을 구하고 정책 공약도 개발할 수 있는 일종의 ‘싱크뱅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형구ㆍ김효성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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