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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책맥, 야맥, 낮맥…이젠 가벼운 맥주 시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44) 

책맥(책 읽으면서 마시는 맥주), 혼맥(혼자 마시는 맥주), 낮맥(낮에 마시는 맥주), 야맥(야외에서 마시는 맥주)…. 맥주를 마시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 용어의 공통점은 왁자지껄하게 함께 모여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맥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맥주와 함께 다른 취미 생활을 즐기고 여가 시간을 보내고 사색을 하고 때로는 맥주를 마시면서 일을 한다.

이런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책을 보면서 조용히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또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는 글로벌 체인들은 일하면서 자유롭게 마실 수 있도록 맥주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맥주를 즐기기 위해서는 평소에 마시는 맥주보다 도수가 낮은 맥주가 유용하다.

맥주를 마시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책맥(책 읽으면서 마시는 맥주)부터 혼맥(혼자 마시는 맥주), 낮맥(낮에 마시는 맥주), 야맥(야외에서 마시는 맥주)도 있다. [사진 piqsels]

맥주를 마시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책맥(책 읽으면서 마시는 맥주)부터 혼맥(혼자 마시는 맥주), 낮맥(낮에 마시는 맥주), 야맥(야외에서 마시는 맥주)도 있다. [사진 piqsels]

전통적으로 일하는 중에 마시는, 상대적으로 낮은 도수의 맥주들이 존재해왔다. 전 세계 맥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맥주(4.5~5.0%)보다 1~2% 낮은 도수를 가진 맥주다. 이런 맥주는 세션(Session)‧테이블(Table)‧스몰(Small) 맥주 등으로 불린다. 세션 맥주는 노동자가 업무 도중 주어진 짧은 휴식시간(세션) 동안 마시는 맥주라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또 테이블 비어는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이 마시는 맥주고, 스몰 비어는 중세 시대에 오염된 물 대신 아이부터 어른까지 마신 맥주를 뜻한다고 한다.

이런 저도수 맥주로는 대표적으로 벨기에 남부의 세종(Saison)이 있다. 세종은 농번기에 일하면서 마실 수 있는 ‘노동주’로, 농부가 취하지 않도록 3~4%의 도수로 만들어졌다. 오렌지‧레몬 같은 과일향과 후추 같은 스파이시함이 균형을 이루면서 탄산이 많고 단맛이 없어 상쾌하게 마무리되는 맥주다. 농가에서 만들어지던 이 맥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상업적으로 만들어지면서 5% 이상의 제품이 등장했다.

세종 듀퐁은 가장 잘 알려진 상업용 세종 맥주 중 하나로 1920년대 처음 만들어졌다. [사진 flickr]

세종 듀퐁은 가장 잘 알려진 상업용 세종 맥주 중 하나로 1920년대 처음 만들어졌다. [사진 flickr]

독일 베를린에서 유래된 베를리너 바이세(Berliner Weisse) 역시 2.8~3.8%의 저도수 맥주다. 젖산으로 발효된 신맛이 특징인 베를리너 바이세는 편하게 마시는 맥주로 자리매김했다. 달콤한 시럽을 타서 음료수처럼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밖에 영국의 페일 에일 중 가장 알코올 함량이 적은 오디너리 비터(Ordinary Bitter)도 낮은 도수(3.2~3.8 %)로 생활 속에서 부담 없이 함께하기 좋은 맥주로 꼽힌다.

현대에 들어와서 저알코올 맥주는 유행처럼 번졌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저알코올, 저칼로리 바람이 불어 알코올 도수 2.8~4.2%의 라이트 맥주가 일상화됐다. 알코올 도수 5.0%인 버드와이저가 아니라 4.2%인 버드 라이트가 미국 판매 1위 맥주다. 밀러 라이트, 쿠어스 라이트 등 맥주 대기업은 라이트 맥주를 간판 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독일에서도 알만한 맥주 대기업이 벡스 라이트, 비트버거 라이트 등 라이트 맥주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수제맥주 업계에서 저알코올 맥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세션 IPA(인디아 페일 에일)가 대표적이다. 미국식 IPA는 대부분 7% 이상의 알코올 도수로 점심에 한잔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세션 IPA는 IPA의 풍미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도수를 확 낮춘 맥주로 4%대로도 나온다. IPA 외에도 페일 에일, 바이젠, 스타우트 등 스타일을 가리지 않고 저도수 맥주가 나온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이런 다양한 저알코올 맥주를 접하기가 어렵다. 수입사도, 양조장도 이런 맥주에 대해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우리의 술 문화는 일상 속에서 즐기기보다는 술자리에서 맥주에 소주까지 섞어 마시는 것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소매점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저알코올 맥주는 탄산이 강하고 맛과 향이 거의 없는 라이트 라거다. 카스 라이트(4%), 밀러 라이트(4.2%) 등이 마트 등에 유통되고 있다.

데슈츠 와우자. [사진 인터비어코리아 페이스북]

데슈츠 와우자. [사진 인터비어코리아 페이스북]

꽃신. [사진 엠비션브루어리 페이스북]

꽃신. [사진 엠비션브루어리 페이스북]

수제맥주 중에서도 저알코올 맥주는 비주류다. 홉 향이 돋보이는 미국식 페일 에일이나 IPA 중 알코올 도수 4% 이하 맥주는 2~3종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출시된 데슈츠 브루어리의 와우자(4%), 파이어스톤워커 이지잭(4.5%) 등이 있다.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이 양조하는 도수 낮은 제품을 찾아 마시는 방법이 있다. 플레이그라운드의 더 헌치백 세션 IPA(4.0%), 엠비션 브루어리의 꽃신(3.8%) 등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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