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홈술족 겨냥하는 수제맥주 업계, 필살기는 무엇?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42)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소비 패턴, 일하는 방식 등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맥주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는 대기업맥주, 수입맥주, 수제맥주 등을 망라해 전 업계를 얼어붙게 했다. 특히 외출·외식이 크게 줄면서 유흥(음식점)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업계가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맥주시장 1위인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초부터 한 달간 청주공장에서의 맥주 생산을 전격 중단했다. 유흥시장용 중병(500㎖) 맥주를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는 청주공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재고 문제가 다른 공장에 비해 뚜렷하게 발생한 것이다. (주류는 소비되는 시장에 따라 가정용, 유흥용으로 따로 출고된다.)

수입맥주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맥주 시장이 단기적으로 쪼그라들면서 눈에 띄게 줄었다. 올 1분기의 맥주 수입액과 수입량은 각각 5085만 달러, 6389만 톤으로 2019년 1분기 7340만 달러, 9355만 톤에 비해 각각 30.7%, 31.7%씩 감소했다. 이로 인해 맥주 수입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과 외식이 크게 줄면서 유흥(음식점)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업계는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사진 flickr]

코로나19로 인해 외출과 외식이 크게 줄면서 유흥(음식점)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업계는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사진 flickr]

수제맥주 업계도 코로나19를 피해 가지 못했다. 특히 유흥 시장의 위축은 국내 수제맥주 업계에 큰 피해로 되돌아왔다. 대부분의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이 유흥 시장을 중심으로 생맥주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를 비롯해 맥주 관련 행사들이 줄줄이 연기, 취소되면서 주세법 개정으로 얻은 동력을 키워나갈 절호의 기회를 잃은 점도 뼈아팠다.

다만 편의점 등을 통해 유통되는 병·캔 수제맥주는 일부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가정에서 맥주를 마실 기회가 많아지면서 개성 있는 수제맥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에 대량 구매를 하는 소비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수제맥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양조자협회(BA)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 초까지는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줄었지만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수제맥주 판매량이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편의점, 마트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유통하는 수제맥주 양조장이 5~6개사에 불과해 가정 소비 증가가 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았다.

편의점 국산 수제맥주. [사진 BGF리테일]

편의점 국산 수제맥주. [사진 BGF리테일]

맥주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소비 패턴을 반영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이 일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맥주업계도 적극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수제맥주 업계는 시장 상황 변화에 대비해 홈술족을 겨냥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생맥주 위주로 유통하던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크래프트 브로스, 어메이징 브루잉 등이 잇달아 캔·병맥주를 출시했다. 또 당장 병·맥주를 내놓기 어려운 양조장들은 맥주 포장 판매를 위해 소규모 캔맥주 제조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수제맥주. [사진 황지혜]

수제맥주. [사진 황지혜]

맥주 배달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현 상황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묘수 찾기도 시도된다. 어메이징 브루잉, 더쎄를라잇 브루잉 등은 공유주방과 손을 잡고 조리된 음식과 함께 수제맥주를 배달하고 있다. 또 자체 펍을 운영하는 수제맥주 업체에서는 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을 통해 가정에 전달하는 방안을 시도 중이다.

한 수제맥주 양조장 대표는 “유흥 시장의 침체 속에 가정 소비 소폭 증가만으로는 맥주업계가 정상화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맥주 배달이 허용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배달 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