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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간·시장의 활력 대책 부족한 ‘역대 최대’ 3차 추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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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긴급 재정 투입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나라 살림에 대한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기존 예산 쓰임새(세출) 중 10조원가량을 덜어냈지만 24조원 가까운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올해 세 차례에 걸친 60조원 가까운 추경 편성으로 국가 채무는 840조원을 넘기게 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암묵적 마지노선인  40%를 넘겨 43.7%(경상성장률 0.6% 가정)까지 이르게 됐다.

효율성보다 구제성 돈 풀기에 치중 #기업 투자·고용 인센티브 더 늘려야

추경의 내용도 문제다. 추경이 경제 회복을 위한 마중물 구실을 제대로 한다면 그 규모 자체를 놓고 시비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3차 추경안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효율성보다 돈 풀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차 추경의 대부분은 소상공인 및 기업 유동성 지원, 고용·사회 안전망 지원, 한국판 뉴딜 사업 등에 배정됐다. 경기 활성화 명목으로 할인쿠폰, 온누리상품권, 할인판매 지원 등 현금 지원성 사업에도 수조원이 쓰인다. 추경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인 불요불급한 사업들도 ‘이색 사업’으로 포장돼 끼어들어 가 있다. 막상 ‘투자 활성화’ 항목에 배당된 예산은 430억원에 불과하다. 유턴 기업 지원, 해외 첨단기업 유치 등에는 생색내듯 수십억~수백억원의 예산만 책정돼 있을 뿐이다. 기업 투자와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릴 만한 새로운 대책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일자리 대책도 마찬가지다. 고용 안정 대책에 9조원 가까운 예산이 배정됐지만, 기업의 휴직 지원금이나 특수고용직 근로자에 대한 긴급 지원금 등 구제성 항목에 치우쳐 있다. 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계획도 포함됐으나 재정 보조에 의존한 한시적 일자리에 그치고 있다. 코로나 위기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정을 투입한 고용 대책은 한계가 있다. 일자리 창출은 결국 민간 기업의 몫이다. 민간 채용 활동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어제 “국가 재정은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정의 효능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재정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재정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재정 투입 방법으로는 정부가 100억원을 지출해 봤자 GDP는 60억원밖에 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민간 기업의 활력을 높이고, 창의를 가로막는 규제의 높은 벽을 허물지 않고서는 재정이 ‘마중물’이 되기는커녕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재정이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민간과 시장의 활력을 가로막는 비효율적 사회·경제 환경부터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