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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당의 금태섭 징계는 법 정신 부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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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당론 위배 행위’로 징계를 받았다. 일부 권리당원들이 공수처 법안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그에 대해 “당론을 따르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라며 제명을 요구했고, 당 윤리심판원이 최근 회의를 열어 ‘경고’ 처분을 내렸다. 국회의원이 소신에 따라 법안에 대해 표결한 것을 두고 ‘당론 위배’로 징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에선 당론이 정해지면 소속 의원들이 하나같이 ‘거수기’가 돼야 한다는 말인가. 오죽하면 민주당 소속 조응천 의원이 “국회의원이 자기 소신을 갖고 판단한 걸 가지고 징계한다는 건 본 적이 없다. 국회법에는 자유투표라는 조항이 있다”고 개탄했을까.

‘공수처 설치 반대’를 당론 위배 행위로 징계 #국익·양심에 따라 직무 수행하는 게 헌법정신

이번 징계는 청문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데 이어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 금 전 의원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미 친문 지지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경선에서 탈락, 정치적 책임을 졌는데도 당론 위배 행위로 징계까지 하는 건 자신들의 결정이 무조건 옳아야 한다는 거대 여당의 오만함이 아니고 뭔가. 특히 국회 개원을 앞두고 소속 의원들을 향한 ‘기강 잡기’ 경고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수퍼 여당이 된 직후 겸손을 강조하며 오만을 경계했다. 이해찬 대표는 당선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열린우리당 시절) 겸손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랬던 이 대표는 "강제당론이었다”며 윤리심판원의 결정에 힘을 보탰다. 불과 총선이 치러진 지 두 달도 안 돼 겸손하겠다는 그 다짐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비단 금태섭 징계뿐이 아니다. 국민 다수가 분노하는데도 ‘윤미향 감싸기’로 일관하는 자세도 오만하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뒤집기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다. 국회 개원을 앞두곤 시작부터 독주 태세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당 워크숍에서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가지고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다”(윤호중 사무총장)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어제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이 불참해도 5일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 선출 등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범여권 인사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행보도 가관이다.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활동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된 그가 ‘이해충돌’이 우려되는 법사위에 가겠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어제 자신의 혐의에 대한 2차 공판 도중 재판장에게 국회에서 기자회견이 있으니 먼저 나가 봐도 되는지를 물었다. 재판 중에 일을 보러 나가겠다는 황당하고 오만하기 그지없는 태도다.

수퍼 여당이라도 오만하면 한순간에 무너진다. 금태섭 징계는 국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을 수행한다는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 승리에 도취된 탓인가. 여당이 스스로를 철저히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