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구하러 불속 뛰어든 김원장 중화상]

중앙일보

입력

11일 새벽 발생한 서울 광진구 중곡동 김경빈 신경정신과병원 화재 현장에서 이 병원 김경빈(52) 원장이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중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것으로 밝혀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 원장은 이날 새벽 잠을 자다 불이 나자 잠옷 바람으로 바로 뛰어나가 입원실이 있는 지하 1층 문을 열었다.

이어 김원장은 지상 2층 출입문 열고 들어가 환자들을 대피시키다 15분만에 연기에 질식, 소방대원들의 들것에 실려 나왔다.

김원장의 아들 민재(23.한양대3년) 씨는 "입원실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이 평소에는 잠겨있기 때문에 불이 나자마자 아버지는 제일 먼저 환자들 생각에 뛰어나가 문을 열고 환자들을 구해냈다"고 전했다.

경희대 의대를 나와 국립정신병원 신경정신과장을 지낸뒤 지난 96년 현재의 자리에 병원을 차린 김원장은 영리보다는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병원비를 받지 않거나 깎아주는등 인도주의를 실천한 의사로 알려져있다.

알코올중독으로 지난달 입원한 방모(22.여) 씨는 "8월에도 입원했는데 병원비가 많이 나와 선생님께 사정을 말했더니 절반으로 깎아주었다"며 "김원장은 돈벌이를 목적으로 병원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말을 주위나 환자들로부터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마약과 알코올중독자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지난 88년 자비로 약물상담가협회를 만들어 무료상담 활동을 해왔으며 국내 최초로 마약 및 알코올치료 프로그램을 개발, 마약.알코올 퇴치에도 앞장섰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 96년에는 대한매일이 수여하는 마약퇴치운동상을 받는 등 마약과 알코올 치료 분야에서 국내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김 원장은 폐화상을 입고 현재 인근 민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상태가 중해 이틀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게 진료진의 이야기다.

약물과다 복용으로 치료를 받다 이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이날 불로 화상을 입고 김원장과 함께 민중병원에 입원한 이모(24.여) 씨는 "원장님이 우리를 구하려다 중태에 빠졌다"며 "빨리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김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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