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방사광가속기 유치 뒤 아파트 값 껑충 뛰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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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아파트값이 이렇게 오를 줄 상상도 못 했어요.”

사업 예정지 오창읍 상승 주도 #한달만에 1억7000만원까지 올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H아파트에 사는 권모(39)씨는 “요즘 폭등하는 집값을 실감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8년 이 아파트에 입주한 권씨는 전용면적 84.9㎡의 33층 집을 2억9700만원에 분양받았다. 지난해 말까지 권씨와 층수와 면적이 같은 이 아파트 매매가는 3억2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지난달 8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예정지로 청주시 오창읍이 확정되자, 가격이 확 올랐다. 열흘 뒤 웃돈 1억원이 붙더니 지난달 21일 H아파트 32층(84.9㎡) 실거래가가 4억8000만원을 찍었다. 권씨는 “내년에 집팔고 이사가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가 들어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과 인근 흥덕구 신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3일 한국감정원의 5월 4주(5월 2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청원구는 지난 5월 3주차 아파트 매매가가 1.02% 오른 데 이어 지난 주 0.89%로 충북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방사광가속기 예정지 발표 이전과 대비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오창H아파트로, 실거래가가 약 1억원~1억7000만원까지 상승했다.

공인중개사 A씨는 “방사광가속기 발표 직후 하루 200여 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며 “방사광가속기 주변으로 관련 기업이 몰려와 일자리가 늘고, 교통망이나 학군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흥덕구 가경동의 I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아파트 1층(전용 면적 84.7㎡)은 최근 3억7500만원에 팔렸다. 6개월 전 같은 평형 3층이 3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5000만원 넘게 올랐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이곳에 집을 사려던 신혼부부나 저소득층은 걱정이다. 오창읍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조모(38) 씨는 “아파트값이 갑자기 오르는 바람에 계속 전세에 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1조원을 들여 2022년부터 오창읍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짓는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방사광가속기가 지역에 유치되면 6조7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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