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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팬티와 남자의 精力

중앙일보

입력

영화배우 샤론 스톤이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노팬티’임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화제를 낳은 바 있다. 현대사회에서 팬티(panty)는 위생적으로는 물론 예의상으로도 반드시 갖춰 입어야 할 필수 복장인 만큼 샤론 스톤의 몸짓은 곧 성적 개방을 암시하는 까닭이다. 샤론 스톤은 이에 대해 “옷과 피부 사이에서 무언가 걸리적거리는 게 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화의 예가 아니더라도 팬티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에 차이가 없다. 흥미로운 점은 팬티 모양에 성별 구분이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남성팬티는 앞트임이 있고 사각형 혹은 삼각형인 데 반해, 여성팬티는 앞트임이 없고 삼각형이 기본이다. 왜 그럴까?

팬티라는 이름은 18세기 헐렁한 판탈롱이 ‘짧은 바지’를 뜻하는 팬츠(pants)를 거쳐 생겼는데, 요즈음에는 팬츠와 팬티가 사실상 혼용되고 있다. 그러나 팬티의 역사는 고대사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 최초의 옷이 속옷이었던 것이다. 인류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되면서 낙엽으로 성기를 가렸고 이것이 팬티의 출발점이다. 중요한 곳을 보호하기 위해 가죽이나 천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점차 장식이 추가되면서 옷은 신분이나 성별을 구별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했고 팬티 또한 이때부터 서서히 나타나게 됐다.

그러나 고대 로마인들에게는 겉옷과 속옷의 구분이 따로 없었다. 중세 들어 유럽인들은 북방민족의 영향을 받아 비로소 속옷을 입기 시작했다. 18세기 이후 유럽 병사들은 위생을 목적으로 군복 안에 넉넉한 속바지를 입었다. 19세기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속옷을 입지 않는 것을 불결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당시는 세균의 존재가 처음 밝혀진 때여서 세균이 우글거리는 공기 중에 신체의 부분을 노출하기를 두려워했다. 위생을 강조하다 보니 색깔은 대부분 흰색이었다.

1950년대 중반 ‘브리프’(Briefs)라는 남성용 팬티가 나타났고 그후 10년 동안 많은 스타일의 변화가 있었다. 그렇지만 남성팬티는 그 뒤로도 오랫동안 앞트임과 사각형을 유지했다. 앞트임은 엉덩이를 노출시키지 않고 용변을 보기 위해 고안된 것이고, 사각형은 보수관념을 반영한 디자인이었다. 요컨대 속옷일지언정 성적 체통을 지키려는 정서가 앞트임과 사각형을 남성팬티의 전형으로 만든 것이다.

한편, 고환이 몸에 착 달라붙게 만든 팬티나 청바지는 남성의학적으로 볼때 상당히 잘못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고환이 제 기능을 다하려면 통상 체온보다 3∼4도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것을 역이용해 옛날 인도에서는 남성피임법으로 고환을 덥게 하는 방법이 응용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옥죄는 밀착팬티를 입으면 고환은 숨이 막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게 뻔하고 결국 정력이 감퇴된다. 팬티 하나에도 남성의학의 신비가 담겨 있는 것이다. 최근 각종 소재들을 이용한 ‘정력팬티’들이 선보이면서 팬티는 강한 남성을 만드는 도구로까지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력을 강화하려면 노팬티로 잠자리에 들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 중요한 부위의 혈액순환이 한층 원활해지는 외에도 간간이 이불과의 마찰 때문에 생기는 자극이 고환까지 전달돼 국소충혈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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