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밤바다 밝히는 등대 사진, 대부분 가로로 찍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0.06.02 13:00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22)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눈이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세상을 읽고, 편집하는 ‘사각형의 눈’ 입니다. 이를 ‘포토아이’ 라고도 합니다. 프레임 안에 현실을 조화롭게 배치하고, 그 안에서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 ‘마음의 눈’ 이기도 합니다.

‘좋은 예술작품은 이해되기 전에 전달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훌륭한 사진가는 시각적인 흐름을 조절하는 구도의 기술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구도 그 자체가 메시지가 되도록 작품을 설계합니다. 색과 명암 같은 조형 요소의 움직임이 마음을 홀리며 다가옵니다.

구도는 침묵하는 언어입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무의식의 내면을 깨웁니다. 조형언어로 말을 하며 감상자의 시선을 통제합니다.

구도는 사전 설계의 개념입니다. 사진이 미술에서 빌어온 용어입니다. 그림은 허구성을 전제로 설계합니다.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림 틀 안에 사람이나 사물을 넣고, 빼는 것이 자유롭습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화면을 구성합니다.

사진은 구도 대신 프레이밍(framing)이라는 말을 씁니다. 사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합니다. 거슬린다고 뺄 수도 없고, 필요하다고 넣을 수도 없습니다. 프레임을 중심으로 엄격한 취사선택을 해야 합니다. 사진은 늘 ‘차선의 선택’ 입니다. 그러나 사진에서도 구도의 개념은 유용합니다. 프레이밍이 작가의 사진문법이라면, 구도는 감상자의 시각문법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사진을 배우면 가장 먼저 공부하는 것이 구도입니다. 창문조차도 카메라 파인더로 보입니다. 전망 좋은 카페를 가면 창틀을 기준으로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구도 잡는 연습을 합니다. TV나 영화를 볼 때도 카메라 앵글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소위 ‘구도법’이라고 하는 것은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미의 기준일 뿐입니다. 바둑의 정석과 같은 것이어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술을 도식화하고, 수학적으로 재단해서 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또 구도법에 얽매이면 도식화된 소재만 찾게 됩니다.

가장 좋은 구도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훈련과 경험이 쌓이면 무의식중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구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구도의 기술에 대해 몇 차례 나뉘어 알아보겠습니다.

사진구도(1) 가로와 세로 프레임
카메라를 있는 그대로 들고 찍으면 가로 사진이 됩니다. 육안으로 보는 시야와 비슷합니다. 사진은 가로가 세로 보다 더 자연스럽습니다. 초보자의 사진은 가로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눈으로 봤을 때의 느낌대로 구도를 잡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가로 프레임은 넓이가 강조되며 안정감이 있습니다. 반면에 세로 프레임의 사진은 높이가 강조되고,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우리의 시각이 가로에 익숙해져 세로가 더 역동적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또 세로 사진은 좌우 폭이 좁아 주제를 아래에 크게 채울 수 있습니다. 또 뒤로 길게 이어지는 구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원근감을 강조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진1. 순환, 2014. [사진 주기중]

사진1. 순환, 2014. [사진 주기중]

사진2. 양수리에서, 2014.

사진2. 양수리에서, 2014.

〈사진1, 2〉는 북한강 풍경입니다. 같은 장면이지만 사진이 주는 느낌은 약간의 온도 차가 있습니다. 세로는 높이가 강조되며 긴장감을 줍니다. 물안개가 구름이 되어가는 과정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자연의 섭리를 깨우치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반면에 가로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자연이 인간세계를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사진도 기본적으로 효율성의 법칙을 따릅니다. 형상이 가로로 놓인 것은 가로 프레임으로, 세로로 놓인 것은 세로 프레임으로 찍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공간을 절약하면서 피사체를 더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시각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미지의 문법은 효율성의 원리와 다르게 작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세로 모양의 오브제를 가로로, 가로 모양의 오브제를 세로로 찍을 경우에는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이를 뒷받침해줄 조형적인 요소도 섬세하게 배치해야 합니다. 세로인 형상을 가로로 찍으면 좌우에 빈 공간이 생깁니다. 이때 목적에 맞게 배경 처리를 하면 고립감이 강조돼 오히려 더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3. 등대, 2019.

사진3. 등대, 2019.

〈사진3〉이 그렇습니다. 등대는 세로 모양이지만 늘 세로 프레임으로 찍지 않습니다. 특히 밤바다를 밝히는 등대는 거의 가로로 찍습니다. 넓고 막막한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서입니다.

마찬가지로 가로인 형상을 세로로 찍으면 위나 아래에 공간이 생깁니다. 이 공간 처리는 가로 프레임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섬세한 마름질이 필요합니다. 감상자의 시선을 위나 아래 빈 공간으로 향하게 하는 조형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사진4. 반달,2013.

사진4. 반달,2013.

〈사진4〉처럼 세로 프레임 자체가 시선을 빈 공간으로 유도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겨울 소양호입니다. 호수에 있는 나무는 가로 형태이지만 세로 구도를 택했습니다. 반달이 떠 있기 때문입니다. 위로 빈 공간이 많지만 반달이 주는 ‘점의 울림’이 여백을 채워줍니다.

사진에서 가로와 세로, 어느 것이 좋은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선택의 문제입니다. 렌즈 선택에 따라, 대상에 따라, 사진가의 의도에 따라 그 선택이 달라질 뿐입니다. 가로, 세로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바뀌기도 합니다. 한때 TV 광고에 ‘가로 본능’이라는 광고 문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휴대폰이 대세입니다. 영상을 보고, 찍는 것도 세로에 익숙해졌습니다. 거리에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세로 모니터를 보는 일도 흔한 시대가 됐습니다.

뒤꿈치만 들어도 달라지는 것이 사진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가로와 세로를 반드시 찍어보고, 그 느낌을 비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특히 연작사진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사진집 출판, 전시를 할 때도 가로와 세로 사진이 적절하게 섞이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필자의 경우는 가로와 세로 사진의 비율이 약 7대3 정도 됩니다.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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