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갈매기 조나단이 보여주는 삶의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0.04.07 13:00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19) 

얼마 전 TV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봤습니다. 남미 에콰도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코로나19로 죽은 시신이 비닐로 덮인 채 길거리에 방치된 모습입니다. 누구도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고, 장례업자조차 감염이 두려워 수습을 포기했습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바닥을 드러냅니다. 선진국이라 해서 나은 것도 없습니다. 소위 강대국이라 일컫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마스크 다툼’도 이기주의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매일 재난영화 같은 현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붕괴됐지만 얻는 것도 있습니다. 매일 보잘것없이 되풀이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아울러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 존엄의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어릴 때 읽었던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이 생각납니다.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는 인생의 가치를 ‘조나단 리빙스턴’이라는 이름의 갈매기를 통해 일깨워주는 우화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코로나19로 사진작가로서의 삶이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사진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틈틈이 동해로 나가 갈매기 사진을 찍었습니다. 『갈매기의 꿈』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의 삶을 사진으로 구성해봤습니다.

사진1. 두 갈래 길. [사진 주기중]

사진1. 두 갈래 길. [사진 주기중]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납니다.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조나단 갈매기는 ‘풀이 더 우거지고 발자취가 적은’ 힘든 길을 택합니다. 자유로운 비상을 위한 고난의 길입니다.

사진2. 비상.

사진2. 비상.

사진3. 갈매기의 꿈.

사진3. 갈매기의 꿈.

사진4. 파도.

사진4. 파도.

조나단은 비행 자체를 사랑하는 갈매기입니다. 진정한 자유와 자아실현을 위해 매일 비행훈련을 합니다.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저속비행, 수평비행, 회전비행 등의 다양한 비행술을 익힙니다.

사진5. 성찰.

사진5. 성찰.

갈매기 사회에서 비행술은 오로지 먹잇감을 구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조나단의 돌발 행동은 타성에 젖은 동료들의 미움을 삽니다. 결국 그는 갈매기 사회에서 추방당하고 외톨이가 됩니다.

사진6. 궁극의 비행.

사진6. 궁극의 비행.

사진7. 아침.

사진7. 아침.

사진8. 파도타기.

사진8. 파도타기.

유배지에서 나홀로 비행연습을 하던 조나단은 어느 날 온몸에서 빛이 나는 신비로운 갈매기들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스승 설리번’과 ‘어른갈매기 치앙’에게 궁극의 비행술을 익힙니다. 그리고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깨우침을 얻게 됩니다.

사진9. 갈매기.

사진9. 갈매기.

사진10. 자유.

사진10. 자유.

조나단은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다시 갈매기 사회로 돌아옵니다. 플레쳐 갈매기를 비롯해 그를 따르는 갈매기에게 그가 익힌 비행술을 가르칩니다. 조나단은 동료 갈매기들에게 눈앞의 이익에만 얽매이지 말고 꿈과 이상을 간직하며 살아갈 것을 이야기하며 유유히 떠납니다.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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