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노영민 비서실장을 포함해 실장·수석급은 유임하되, 비서관이나 행정관을 대거 교체하는 방향으로 곧 청와대 비서진을 일부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실장·수석급은 바꾸기 쉽지 않다”며 “꼭 바꿔야 할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게 문 대통령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내일 비서관급 발표할 듯 #“지방선거 앞두고 인사 수요 많아”
이는 앞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지난 6일 개각과 청와대 인사 개편 관련 질문을 받고 “애초에 청와대가 총선 이후에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을 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전혀 없다. 당연히 청와대 참모들은 신임하고 (계속) 가시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권에서는 4·15 총선이 끝난 뒤 청와대 비서진 개편과 개각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2년여 남게 돼 분위기 쇄신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다, 선거를 치른 후면 으레 인재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선 노영민 실장을 비롯해 지난해 1월 청와대에 함께 온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등 이른바 ‘노·강·윤 교체설’이 돌기도 했다.
코로나 19라는 특수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대신 비서관급과 행정관급 참모진을 대거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의전비서관으로 체급을 올려 청와대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알려진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의 경우가 신호탄이다.
비서관급 중에선 국민소통수석실 산하 비서관들이 대거 바뀐다. 한정우 춘추관장이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수평 이동하고, 춘추관장에는 김재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이 승진, 이동한다. 또, 새 해외언론비서관에는 이지수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이 내정됐다. 수석 산하 6개의 비서관(급) 자리 중 절반가량이 바뀌는 셈이다. 다른 수석실에선 사회조정비서관, 시민참여비서관, 안보전략비서관 등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개혁비서관은 이미 업무를 시작한 안준석 5군단장이 임명될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르면 29일 이런 내용의 비서관급 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행정관급 인사는 일일이 발표하지 않는데, 이미 적잖은 이들이 자리를 옮기고 있어, 다음 달까지는 30여명의 보직이 바뀔 거란 예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2022년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금부터 지역에 가서 기반을 다지려는 이들이 있다. 또 지금이라도 청와대에 들어와서 경력을 쌓으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비서관·행정관급에서는 인사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비서관급 이하에 대규모 인사가 진행되면서 세대교체도 자연스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고민정(41) 부대변인 정도가 손에 꼽을 만한 젊은 피였다. 현재 비서관들도 대부분은 ‘86그룹’으로, 다수가 50대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달 초, 수석급(차관급)인 과학기술보좌관에 여성과학자인 박수경(47)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를 임명했다. 최근 내정 사실이 흘러나온 비서관 네 명 중 세 명은 70년대생이다. 탁 자문위원은 73년생이고 한 관장과 김 선임행정관은 71년생이다. 이 밖에 이진석(49) 국정상황실장, 권용일(49) 인사비서관, 최종건(46) 평화기획비서관, 강정수(49) 디지털소통센터장 등 70년대생 비서관이 포진해 있다. 앞으로 인사가 진행될수록 비서관급은 86그룹에서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생)으로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