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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패권’ 지키기…35년 전 레이건, 일본 주저앉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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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포스트 코로나 한국 산업의 길 ① 

미국이 반도체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를 주저앉힌 건 중국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1981~89년)는 1985년부터 일본 정부를 압박해 이듬해 8월 ‘미·일 반도체 협정’을 체결했다. 일본 기업의 D램 저가 수출을 중단하고, 일본 내 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5년 안에 기존 11%에서 20%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일본 저가수출·보조금지급 제한 #D램값 상승 삼성전자 적자 탈출

레이건 행정부의 압박으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주춤한 사이 한국의 반도체는 약진했다. 일본이 미국과의 협정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자국 기업에 지급하던 2억 달러의 보조금을 끊자 30센트 선까지 떨어졌던 64KD램 값(원가 1달러30센트)이 반등했다. 당시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누적 적자가 2000억원에 달했던 삼성전자는 D램값이 반등하면서 적자에서 탈출했다. 미·일 반도체 협정 체결 7년 뒤인 93년, 삼성전자는 D램 부문 세계 1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나 장비 분야에선 미국이 최강자다. PC용 CPU에선 인텔·AMD가, 스마트폰용 AP 같은 비메모리 시장에선 퀄컴이 우세하다. 장비 시장에서는 램리서치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등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도 램리서치의 미세공정 장비 없이는 양산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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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시 2012년 D램을 생산하던 엘피다(NEC·히타치 합작회사)가 파산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소재나 장비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견고하다. 일본 소재 업체 JSR은 벨기에 연구기관인 IMEC와 공동으로 현지에서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생산 합작법인을 운영 중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수출 규제로 충돌했을 때도 삼성전자는 JSR의 벨기에 합작법인에서 포토레지스트를 수입해 사용했다.

미·중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중국의 IT기업 성장세가 둔화해 D램 수요가 침체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에서 화웨이가 2018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빠졌다. 화웨이 매출이 줄면서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도 30%대에서 24.5%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화웨이를 상대로 한 해 약 8조원어치의 메모리 반도체를 수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26조9900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12조5700억원(약 47%)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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