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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만 커진 채널A 조사…"검사장 진술 번복" " 檢 인사 아냐"

중앙일보

입력

채널A가 자사 기사와 현직 검사장 통화 논란과 관련해 부적절한 취재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채널A는 통화 당사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A검사장이라는 진술이 나왔다가 번복됐다고 밝혔다. 반면, 해당 기자 측은 "강압 조사에 의한 성급한 추정이며 녹음 파일 주인은 검찰 관계자가 아니다"며 반발했다. 채널A 사측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혼란이 더 가중되는 모양새다.

"취재 부적절 인정, 윗선 개입은 없다"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입구.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입구. 연합뉴스

채널A가 자체적으로 꾸린 진상조사위원회는 2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53쪽 분량의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모 기자의 신라젠 취재는 자발적으로 시작됐으며, 회사 보도본부 데스크나 경영진의 지시ㆍ개입은 없었다고 한다.

채널A는 이 기자가 신라젠 취재를 하면서 취재윤리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여권 인사의 비위를 알려달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과도한 수사’ ‘가족 수사’ 등을 언급한 건 부적절하다고 봤다. 이 기자가 이철 대표 측 제보자인 지모씨에게 검찰 고위 인사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들려줬다는 통화 녹음파일의 내용도 일부 공개됐다. 지난 3월 13일 이 기자는 지씨와 만난 자리에서 노트북 화면으로 녹취록 내용을 띄워 읽어줬다고 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해당 인사는 이 기자에게 “전에 말한 건 얘기를 나눠보고 알려달라. 얘기가 될 것 같으면 서로, 우리도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줄 수 있다”, “언론에서 때려봐 당연히 반응이 오고 수사도 도움이 되고” 등의 얘기를 했다.

'검사장 음성 파일'엔 "검찰과 한 배 탔다"

3월 22일에도 이 기자는 지씨와 회사 회의실에서 만나 ‘검찰 관계자’와의 통화 음성 파일을 실제로 들려줬다. 전날 지씨에게 “검찰하고 자세히 얘기 오간 게 있다”며 제안한 뒤였다. 이 기자는 노트북 화면으로 띄운 녹취록 내용을 약 2분 6초간 읽어준 뒤, 휴대전화에 연결된 이어폰을 지씨에게 끼워주고 약 7초간 음성 파일을 들려줬다고 한다. 지씨가 MBC 등 언론에 나와 들었다고 주장하는 ‘현직 검사장 20초 음성파일’ 대목이다.

공개된 녹취록 전문을 보면 이 기자가 “검찰에 내가 달라질 것도 없는데 이 기자님만 믿고 어떻게 하냐”는 이철 대표 측의 입장을 전하자 통화 상대방이 “아니 달라지지 왜 안 달라져 검찰에도 무슨”이라고 답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어 “(검찰과) 한 배를 타는 건데”, “(검찰 쪽을) 연결해 줄 수 있지”, “필요하면 내가 (대검찰청) 범정을 연결해줄 수도 있어” 등의 발언도 했다.

이밖에 이 기자와 취재에 동행한 후배 기자와의 3월 10일 통화 녹취록에서도 A검사장을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기자는 “(A검사장이) 자기가 손을 써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애기를 한다”, “(이철 대표가) 자백을 하고 반성한 다음에 개전의 정을 많이 나타내면 그 부분은 당연히 참작이 되는 것이며 내가 수사팀에다 얘기해줄 수도 있다고 한다”, “일단 만나보고 나를 막 팔라고 한다”는 말을 했다.

해당 기자 "윤석열 측근이다→모 변호사다" 진술 번복

윤석열 검찰총장. 김상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김상선 기자

만일 통화 내용이 현직 고위 검사가 맞다면 그와 이 기자가 서로 신라젠 취재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 기자는 지씨에게 해당 통화 녹음의 상대방이 ”생각하시는 그 분“이라고 했고, 지씨가 윤 총장의 최측근인 ‘A검사장’이냐고 재차 묻자 이 기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을게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다만 채널A는 이 음성 녹음과 녹취록의 당사자가 실제 A검사장이 맞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 기자는 초반 조사에서 A검사장이라고 진술했다가, 이후엔 모 변호사라고 하는 등 진술을 계속 바꿨다고 한다. 조사 시점에서는 이미 이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이 포맷된 상태여서 이를 확인할 녹음 파일 등이 사라진 뒤였다.

조사위는 검찰과의 ‘유착’ 의혹도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조사위는 “관련자들 진술과 사내 관계자들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이메일 등에 비춰볼 때 이 기자가 검찰 관계자와 논의했다고 볼 만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이 기자 측 "강압 조사, 검찰과 공모 없다" 반발

이 기자 측은 통화 상대방이 A검사장을 포함한 검찰 고위 인사가 아니라는 반박문을 냈다. 이 기자를 변호하는 주진우 변호사는 조사위 발표에 대해 “부실한 조사 및 한정된 증거를 토대로 성급히 추정적 결론을 낸 것으로서 상당 부분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 고위 관계자와 취재 과정을 공모한 적도 없고, 음성 녹음파일 당사자도 아니라고 했다.

진상 조사가 기본 절차나 이 기자의 인권을 무시한 채 진행됐다고도 주장했다. 주 변호사는 “이 기자의 휴대전화ㆍ노트북을 사실상 강압적으로 제출받고, 사전 동의 없이 포렌식한 사설 업체를 검찰에 알려주어 압수수색을 받도록 하였으며, 이 기자의 휴대전화 2대를 본인 동의 없이 호텔에서 검사를 만나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 측 얘기를 종합하면 초반 그가 “통화 당사자가 A검사장이 맞다”고 한 건 조사 과정에서 압박을 느껴서 한 잘못된 진술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 변호사는 통화 당사자가 누군지를 묻는 중앙일보의 질문에 “취재원 보호차 말할 수 없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채널A의 조사가 두 달가량 이뤄진 데 비해 실체적 진실은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보고서만으로 유착 의혹 등을 섣불리 단정하긴 어렵다고 본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음성 녹음의) 당사자가 누군지는 물론 통화 내용이 협박인지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사라ㆍ김수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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