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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간격 벌리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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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등교수업이 시작됐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띄엄띄엄 교실을 배정하고 책상 간격도 최대한 띄어 놨지만 현장에선 학생들 간 거리 두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조용한 전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거리 두기와 관련해 ‘벌리다’와 ‘벌이다’를 혼동하는 일이 많다. “사물함 등을 복도로 빼내고 책상 간격을 최대한 벌여 놓은 상태다” “많은 학생이 모여 식사하는 식당 대신 교실에서 한 줄 앉기로 거리를 벌여 배식하도록 권고한다”처럼 쓰면 안 된다. ‘벌려 놓은 상태’ ‘거리를 벌려’로 고쳐야 바르다.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 우므러진 것을 펴지거나 열리게 하다, 열어 젖혀 속의 것을 드러내다는 뜻으로는 동사 ‘벌리다’를 사용해야 한다.

‘벌이다’는 일을 계획해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는 의미의 동사다. 놀이판 따위를 차려 놓다,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 가게를 차리다, 전쟁이나 말다툼 등을 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사업을 크게 벌였다가 경기 침체로 주저앉은 경험을 털어놓았다” “책을 사방에 어지럽게 벌여 두고 공부하는 습관이 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와 같이 사용한다.

어떤 모습을 달라지게 하거나 무엇을 여는 것은 벌리는 행위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시작하거나 널리 펼쳐 놓거나 늘어놓는 것은 벌이는 행위다. 대체로 ‘벌리다’는 틈·격차·차이·손·양팔·양발·입 등과 쓰인다. ‘벌이다’는 주로 일·잔치·사업·조사·좌판·싸움·논쟁·입씨름 등과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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