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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경신할까, 갱신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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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으로 각종 기록이 새로 쓰이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에 안전 자산인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업 급여 지급액이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와 같은 소식이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경신’과 ‘갱신’은 일상적으로 흔히 혼재돼 쓰인다. ‘경신’과 ‘갱신’을 혼동해 쓰기 쉬운 이유는 둘 다 같은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更’은 ‘고칠 경’과 ‘다시 갱’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따라서 ‘更新’은 경우에 따라 ‘경신’으로도, ‘갱신’으로도 읽을 수 있다.

‘경신’은 기록경기 등에서 종전의 기록을 깨뜨리거나, 어떤 분야의 종전 최고치 또는 최저치를 깨뜨리는 일을 의미한다. “그는 16년 만에 마라톤 세계기록을 경신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언택트 대장주’로 거론되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날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따라서 위 예문은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와 같이 고쳐 써야 바르다.

‘갱신’은 법률관계의 존속기간이 끝났을 때 그 기간을 연장하는 일이나, 정보·통신 등의 분야에서 기존 내용을 변동된 사실에 따라 변경·추가·삭제하는 일을 의미한다. “갱신 여권을 받으러 구청에 다녀왔다” “시스템 갱신으로 인해 잠시 TV가 먹통이 됐다” 등과 같이 쓰인다.

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함을 나타낼 때엔 ‘자기 경신/갱신’ ‘단체협상 경신/갱신’과 같이 ‘경신’ ‘갱신’ 둘 다 써도 무방하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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