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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진료권 보장안 강경 요구

중앙일보

입력

의료계의 요구안은 전공의.개원의.의대교수.의대생.중소병원 의사의 이해를 망라한 것이다. 의료계는 이 안을 만드는 데 거의 한 달이 걸렸다.

주치의제도 보류와 포괄수가제 전면 재검토, 행정고시에 의무직 신설 등 새로운 항목이 눈에 띄지만 대부분은 이미 문제가 제기됐던 내용이다. 이번 기회에 의약분업을 비롯해 의료제도의 현안을 짚고 넘어가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종전보다 더 원칙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주장들이 많아 정부와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가령 의사의 진료권 보장과 관련해 ▶일반 의약품 포장 단위를 7일 용량 기준으로 제한할 것▶낱알 판매 유예 철회▶임의 조제 시민신고 포상제 신설▶대체 조제 전면 금지▶약사의 조제 및 판매기록부 작성 등은 종전 주장과 똑같다.

의료계는 여기에다 살을 붙였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친 약도 의사가 대체 불가 표시를 하면 대체 조제할 수 없고, 약사가 복약지도 내역을 기록해야 하며 중앙 및 지역의약협력위원회를 철폐하라는 것이다.

의료계의 핵심 주장인 진료권 보장에 있어서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의.정간 대화는 자칫 첫발부터 옴쭉달싹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보험에 대해서도 매우 원칙적이다. 의료보험 재정 확대를 위해 진찰료와 보험 요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정부가 그간 지급하지 않은 지역의료보험에 대한 국고 5조여원을 당장 지급하라고 한다.

최선정(崔善政) 복지부 장관은 "의료계 요구 중 당장 들어줄 수 있는 것은 수용하고 시간이 걸리는 것은 개선 계획을 밝히되 안되는 것은 분명히 안된다고 선을 긋겠다" 고 말했다.

의료계가 내세우는 대화의 전제 조건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각 직능단체의 의견을 모아 협상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제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에 섣불리 철회하기도 힘들다.

다만 의료계 내부에서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다" 는 의견이 상당해 정부가 전제 조건을 갈음하는 안을 내세우고 몇가지 핵심 요구를 수용해 의료계에 명분을 준다면 대치 상태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

신성식.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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