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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제대로 하자]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중앙일보

입력

"결핵이라는 말을 듣고 제대로 치료받고 싶어 진료 의뢰서를 갖고 왔다" 며 S대병원을 찾은 H씨(32) . 결핵은 보건소나 동네병원에서도 치료할 수 있는 병인데도 굳이 3차병원을 찾은 것이다.

1989년 7월부터 시작된 의료전달체계가 아직도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환자의 흐름을 통제하기 위한 전달체계는 크게 두가지. 하나는 5백병상 이상의 대학병원과 7백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을 갈 때는 진료의뢰서를 지참해야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는 30병상 미만 의원급, 1백병상 미만 병원급, 1백병상 이상 종합병원.대학병원으로 분류, 환자가 내는 진료비를 차등화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것을 막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 7월 1일부터 그동안 예외규정을 두었던 피부.재활의학과 등 5개 과목 중 가정의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과는 1차병원을 거치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대형병원 집중현상은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44개 대형병원 진료비가 전체 의료보험 진료비의 24%(11조7천억원) 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원인은 1차진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제도적 인센티브 부족 때문. 이에 대해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창엽 교수는 "의료전달체계가 본래 취지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현실적인 수가 차등화가 필요하다" 고 말한다.

현재 3차병원에서 가벼운 병을 치료받을 경우 환자는 30% 정도만 더 지불할 뿐이다.

따라서 동네의원에서 진료가 가능한 감기.설사 등 가벼운 질병을 3차병원에서 진료할 땐 진료비를 아주 많이 부담케 하고, 병원도 손해를 보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金교수는 또 "동네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재교육이나 진료의 질 향상 등을 통해 신뢰 회복을 위한 자구노력을 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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