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스트레스 대처 방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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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당사자는 물론 나머지 이산가족과 국민들에게 정신의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우선 당사자들은 반세기 만의 가족 상봉을 통해 오랜 세월 꿈에도 그리던 소망을 이뤘다는 점에서는 정신적으로 대단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짧은 기간에 격정적인 상봉을 함으로써 단기간에 폭발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상봉 당사자이기도 한 김유광 정신과원장은 "만날 때나 헤어질 때 너무 흥분하거나 이성을 잃지 말자고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뜻대로 안됐다" 면서 "지금 당사자들은 상실감과 우울증으로 불면.두통.소화불량.설사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는데 빨리 현실로 돌아와 자기 생활의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한다.

의학적으로 단기간의 폭발적 스트레스는 심리적 충격을 줄 뿐 아니라 자율신경계가 총체적 각성상태가 됨에 따라 신체적 부담도 증가하게 마련. 게다가 일단 상봉은 했지만 앞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할 수 없는데다 이 사실은 자신의 의지나 노력으로 개선될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허무함.무력감.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성균관대 의대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실제로 80년대 이산가족 상봉 후 사회 부적응 상태에 빠진 사람도 있다" 며 "앞으로도 상봉은 지속될 것이므로 그 때마다 상봉 장면을 보면서 반복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때문에 가족들이 배려해야 한다" 고 조언한다.

이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한 고령층인 것도 고려해야 할 상황. 서울대 의대 정신과 정도언 교수는 "상봉 경험이 주는 스트레스는 개인의 심리.신체적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특히 고령일 땐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고 밝힌다.

우선 평상시 고혈압.심장병.당뇨병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은 정기검진 기간을 앞당기는 게 좋다.

슬픔을 달래기 위한 음주.흡연은 절대 금물이다. 식후 규칙적인 산책 등 가벼운 운동도 필요하다.

상봉자 명단에 못끼인 대다수의 나머지 이산가족들도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긴 마찬가지다.

정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상황에서 체념할 때보다 누구는 하는데 나는 제외됐다고 생각할 때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게 된다" 며 "따라서 이들에 대한 주변의 배려도 필요하다" 고 설명한다.

이들 역시 건강관리와 함께 일상 생활리듬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힘으로 안되는 상황에 대한 집착은 버리는 게 좋다.

또한 앞으로는 상봉자들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사전에 체계적으로 시켜주는 것도 필요하다.

유교수는 "상봉 전 심리적 점검을 통해 미숙하거나 복잡한 심리상태에 있는 사람은 충분한 상담을 거친 후 상봉하는 것이 심리적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법" 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 일반 국민들은 어떨까. 유교수는 "이들과 함께 울면서 평상시 맺힌 자신의 한을 푸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한 것과 같은 상태" 라고 설명하고 "하지만 당사자들과 나머지 이산가족들을 고려해 너무 격정적인 장면은 보도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고 조언한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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